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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37.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2)
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37.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2)
  • 동양일보
  • 승인 2015.07.2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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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슨 매컬러스의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도 들어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려준다. 주인공은 벙어리이며 귀머거리인 존 싱어(Singer)이다. 단짝 친구인 안토나 폴리스가 알 수 없는 병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죽자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존 싱어도 죽는다는 이야기이다. 마을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뉴욕카페’라는 허름한 식당에 이루어진다.

싱어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주요 인물은 네 명이다. 아내와 심각한 불화를 겪고 있는 카페주인 비프 브래넌, 사회 변혁을 꿈꾸는 급진주의자 제이크 블라운트, 흑인 인권 운동가인 의사 코플랜드 박사 그리고 음악을 통해 자신만의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소녀 믹 캘리다. 이들에게 존 싱어는 구원자와 같은 존재였다. 싱어가 무한한 지혜를 갖고 있다고 믿으며, 고민이 생길 때마다 그에게 털어놓는다.

“다른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모든 사실을 입 밖에 내어 얘기하다 보면, 의아한 대목이 풀릴 것 같았다. 그 불쌍한 녀석은 계속 주절댔지만, 블라운트는 귀머거리 주변을 어슬렁대다가 그를 골라서, 자기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말하려 했다. 왜 그랬을까? 어떤 사람은 어떤 시점에 사적인 모든 것을 포기하니까. 그것이 끓어올라 독이 되기 전에 어떤 사람이나 어떤 인류 사상에게 던져 버리려 하니까. 그래야만 하니까.” (본문 중에서)

싱어는 언제나 침착하고 사려 깊었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고민을, 절망을, 불행을, 꿈을 털어놓을 때 싱어는 그저 미소를 짓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슬픈 표정을 지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 듣는다고 여겼다. 오직 침묵으로 들어주었기에 마을 사람들은 그를 신비로운 사람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귀먹은 벙어리 싱어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그가 지어주는 평화로운 미소 속에서 고독과 불행에 맞서 싸울 힘을 얻어갔다.’ (송정림 ‘명작에게 길을 묻다’) 정신병원에서 친구 안토나 폴리스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싱어는 친구를 잃은 슬픔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싱어가 죽자 마을 사람들은 외로움을 자신의 벽 안에 가두어 버린다. 평정심을 잃고 혼란에 빠졌다.

<권희돈 청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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