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부실 페널티 앞서 재정 완화 대책 필요

충청권 광역단체도 예산 대비 채무율 10% 넘어
정부 복지시책 예산 부담 가중도 한 몫
 

(동양일보 김동진기자) 전국 자치단체 4곳이 과도한 부채로 사상 처음 ‘예비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된 가운데 충청권 지자체를 비롯한 일선 지자체들도 재정 관리에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자체의 재정 위기는 지자체의 방만한 재정 운영 탓도 있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시책 추진에 따른 재정 부담 가중은 물론 지방재정 지원책 미흡 등 정부의 직·간접적 영향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최근 지방재정위기관리위원회를 열어 인천·부산·대구시와 강원 태백시를 재정위기단체 '주의' 등급으로 지정하고 각 자치단체에 통보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 4개 자치단체는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재정위기관리제도의 '주의' 등급 기준인 25%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개최에 따른 채무 급등이, 태백시는 오투리조트의 부채 인수 등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됐다.
2011년 재정위기관리제도 도입 이후 재정위기단체 주의 등급 지자체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재정 위기는 비단 예비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된 4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전시와 충북도, 충남도, 세종시 등 충청권 4개 광역단체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도 대부분 10%를 초과한 상태로 재정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행자부 재정고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충청권 광역단체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세종시가 16.49%로 가장 높고, 대전시 12.38%, 충남도 11.28%로 10%를 웃돌고 있으며 충북도만 8.70%로 10% 이하다.
문제는 이러한 지자체들의 재정 위기가 해당 지자체의 방만한 재정 운영 탓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전시성·소모성 시책이나 타당성없는 대형사업 추진 등에 따른 재정 부담도 있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시책 추진 등에 따른 재정 부담 가중도 큰 요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일선 지자체들과 사전 협의도 없이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에 따른 복지정책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지방재정의 건전화를 위한 복지정책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일선 지자체의 사회 복지 지출액은 2006년 15조30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13년 37조4000억원으로 약 2.5배 늘어났다.
연평균 증가율이 13.8%에 달하는 것으로, 연평균 4.4%에 증가에 그친 지자체 지출액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복지예산의 급증으로 인해 재정 부담이 악화되면서 전국 지자체들 가운데 30% 정도가 빚을 얻어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 수단으로 취득세와 재산세 등 지방세 감면책을 내놓으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발행한 ‘2014년 지방세 통계연감’에 따르면 2013년 지방세 감면액은 16조759억원으로 감면율은 23.0%에 달했다.
이는 2012년 감면액 15조4286억원보다 6473억원이 증가했고 감면율도 22.2%에서 0.8%포인트 확대됐다.
더욱이 이같은 지방세 감면이 징수기관인 일선 지자체와 사전협의도 없이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이 문제다.
지방세 비과세를 골자로 한 지방세법, 지방세 감면을 내용으로 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지방세와 연계된 국세 감면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등 중앙정부가 법률 개정을 통해 감면해준 지방세는 15조1879억원으로 전체 지방세 감면액의 99.5%를 차지한다.
지자체들이 자율적으로 감면해 준 지방세는 고작 0.5%에 불과, 지자체 세입조차 중앙정부가 좌우하는 셈이다.
국세 중 10%와 11%가 지방소비세로 부과되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감면도 지방세 감면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앙정부는 지자체들의 지방재정 완화를 위한 대책 마련엔 귀를 닫고 있다.
일선 지자체들은 정부 시책의 국고 보조율 확대를 비롯해 지방소비세의 비율을 현행 11%에서 20%로 확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대2에서 6대4 이상 확대 등 지방 재정 확충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앙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가 지자체들에 대한 재정관리 강화에 앞서 지자체들의 재정 확충을 위한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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