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얽힌 가난한 독거노인 폴레트의 블랙 코미디

 

폴레트는 젊었을 때 잘 나가는 제빵사였지만, 남편이 가게를 날려버리고 세상을 등지면서 10년째 가난한 독거노인으로 살고 있다.

딸이 하나 있으나 흑인인 사위도, 그들 사이에서 난 손자도 달갑지 않다.

한달 600유로의 연금으로는 집세조차 내기 어렵고, 가구와 가전제품까지 압류당하는 궁지에 몰린 폴레트의 손에 우연히 동네 마약상들이 떨어뜨린 마약이 들어간다.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는 재기 넘치는 영화다.

프랑스 감독 제롬 앙리코는 사회안전망 없이 궁핍한 현실로 내던져진 끝에 범죄에 발을 담게 되는 노인 문제를 다루면서 ‘블랙 코미디’가 아닌 ‘핑크 코미디’를 한편 만들었다.

폴레트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음식에 바퀴벌레를 집어넣고 “나를 왜 싫어해요?”라고 묻는 어린 손자에게 “네가 검둥이니까”라고 폭언하는 인종차별주의자다.

그런 성미 고약스러운 노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토록 젊고 발랄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데 감탄이 나올 정도로 영화는 폴레트가 현실을 헤쳐나가는 방식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부산스러운 몸 개그가 없어도 웃음이 터지는 귀여운 유머, 구구절절한 대사 없이도 전해지는 쓸쓸한 노년의 느낌, 심각하게 인상 쓰지 않고도 묘사되는 팍팍한 현실 등 영화는 자연스러운 리듬감과 좋은 표현력을 보여준다.

파리 외곽 뒷골목이라는 어두운 무대부터 알츠하이머에 걸려 카드놀이 하기도 어려운 노인의 모습까지 웃음으로 이끄는, 동화에 가까운 이야기 전개는 분명히 이 영화의 약점이다. 13일 개봉. 87분.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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