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영화 필수요소 ‘감동·희생’ 전쟁·재난·역사 흥행영화 인간의 감성 호소하는 공통 요소 관객들 숭고미·대리만족 느껴

▲ 영화 ‘암살’ 저격작전 전 기념사진 찍는 독립투사 속사포(조진웅)·안옥윤(전지현)·황덕삼(최덕문).

독립군의 매국노 저격 ‘암살’ 통쾌함·정신적 탈출구 역할

‘암살’(감독 최동훈)이 개봉 이후 2주 동안 700만명을 훌쩍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면서 1천만명 고지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영화 국적을 통틀어서는 16번째, 한국영화로는 12번째 ‘천만 영화’가 된다.

가장 최근 1000만명을 돌파한 영화는 올 4월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1049만명), 한국영화로는 작년 말 개봉작인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1425만명)이 있다.

‘암살’의 흥행은 한국영화 특유의 ‘감동’ 코드가 관객에게 통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다.

전쟁영화(‘명량’,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재난영화(‘해운대’ ‘괴물’), 사극(‘광해, 왕이 된 남자’ ‘왕의 남자’), 범죄 액션(‘도둑들’), 코미디(‘7번방의 선물’), 실존인물의 사회드라마(‘변호인’).

그동안 ‘천만 영화’를 보면 장르나 소재가 무엇이든지 인간의 보편적 감성에 호소하는 드라마 요소를 강하게 담고 있다는 것이 최대 공통점이다.

이를 ‘신파’라고 부르는 이도, ‘감동’으로 보는 이도 있으나 이들 영화가 많은 한국인의 감수성을 건드렸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전쟁 영웅 또는 시민 영웅, 왕 또는 광대, 변호사 또는 범죄자들까지 어떤 캐릭터의 이야기를 그리거나 관객을 웃고 울리는 감동적인 드라마로 색칠했고 이것이 먹혀들었다는 뜻이다. 정지욱 평론가는 “최근 흥행 요인을 애국심 마케팅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애국심보다는 신파가 포인트”라며 “여기서 신파는 울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울면서도 웃고 웃으면서도 우는, 웃음과 눈물을 겸비하는 감성”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감수성은 ‘희생’ 코드로 읽히기도 한다. 자신의 인생이나 목숨, 또는 그만큼 소중한 무언가를 내놓아 다른 이를 구하거나 나라를 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이 숭고미와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해석이다.

‘암살’의 흥행 비결로도 나라를 되찾으려 목숨 걸고 뛰었으나 역사에 이름이 남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정신이 불러일으키는 감동이 가장 먼저 꼽힌다.

이 영화를 배급하는 쇼박스의 최근하 팀장은 “가장 두드러지는 관객 반응은 ‘고맙다’는 것”이라며 “특히 젊은 관객들은 ‘잘 몰랐던 이야기’라며 재미와 의미, 두 가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감동 또는 희생 코드가 작년부터 잇따라 관객에게 통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2003년 ‘실미도’(감독 강우석)를 시작으로 탄생한 ‘천만 영화’ 15편 중 5편이 2014년 이래 개봉한 작품일 정도로 최근 1∼2년간 ‘천만 영화’는 흔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영화인들은 “천만 영화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통용된다고 입을 모은다. 흥행은 영화의 오락적 재미나 만듦새를 넘어 개봉 당시의 사회적 상황, 시대적 흐름이라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뒤섞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최근 희생을 모티브로 감동을 주는 작품의 잇단 흥행 대박이 의미심장해지는 부분이다.

작년 여름 한 영웅의 고독하고 위대한 싸움을 그린 ‘명량’이 세월호 침몰 이후 실의에 빠진 국민에 정신적 탈출구가 돼 줬고, 그에 이어 흥행작이 된 ‘국제시장’은 정치적 논란에도 가족을 위해 평생 헌신한 아버지 세대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공감을 얻었다.

암살 역시 광복 70년 일본 정부의 그릇된 과거사 인식이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일본군 사령관과 친일파 암살작전을 그림으로써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찬일 평론가는 “최동훈 감독의 영화적 장점을 놓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일종의 판타지를 그려내 ‘아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줬다는 점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희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관객들이 영화 속 희생정신을 보며 열광하는 것”이라며 “이제까지 크게 흥행한 영화를 보면 액션 영화든 휴먼 드라마든 희생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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