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에 수즉다욕(壽則多辱)이라는 고사가 나온다. 이 말은 사람이 오래 살다보면 힘들고 부끄러운 일을 많이 겪는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100세 이상 생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오래 살다 보면 불행한 일이나 수치스런 일을 겪기도 한다. 먼저 배우자를 잃고 쓸쓸히 홀로 사는 노인도 있고, 병에 걸려 오랫동안 고생을 하다 죽기도 한다.

또한 늘그막에 자식이 사업에 실패하여 부모 재산까지 거덜내먹는 바람에 곤궁하게 사는 노인도 있다.

이렇듯 사람은 오래 살다보면 못 볼꼴을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업은 장수할수록 빛난다.

또한 장수기업은 그 나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고, 국민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대기업이 나오 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느라고 본격적인 산업화시대가 늦었기 때문이다.

1920년대에 진로와 유한양행이 창업하였고, 1930년대에 아모레 퍼시픽, 삼성, 대림산업, OB맥주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1940년대에 한국도자기, 해태제과, 현대건설, 엘지화학 등이 탄생했다.

한화의 전신인 한국화약, SK의 모태인 선경직물과 금성사로 출발한 엘지전자는 1950년대에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1960년대에 자동차 생산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벌기업은 유독 가족 간의 경영권 분쟁에 자주 휘말리곤 한다. 그 이유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고, 거대 기업을 경영할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사전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자식이나 혈족들이 기업을 승계하는 구멍가게 운영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자기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독일 속담처럼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우리 기업들은 100세가 되려면 10년 이상 길게는 30년을 더 살아남아야 가능하다.

현존하는 기업 중에서 100세를 넘기는 기업이 몇 개나 나올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위기에 기회가 있듯이 잘못된 관행을 버리고 국제기준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갖춘다면 망백(望百: 91세)을 넘어 100세를 훌쩍 넘기는 기업들이 속속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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