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것보다 94장 많아…그중 36장은 일제강점기 제작해 논란

(동양일보) 국보 제32호인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의 경판 수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많은 8만1352장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0년부터 10여년간 '팔만대장경 디지털화' 사업을 진행하며 경판 수를 조사한 결과 일제강점기인 1915년 집계한 8만1258장보다 94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10일 밝혔다.

해인사 대장경판은 고려시대 불교 경전을 찍기 위해 글자를 새긴 목판으로 판 수가 8만여개에 달해 '팔만대장경'으로 불리고, 몽고의 침입으로 불탄 초조대장경을 대신해 만들어져 '재조대장경'으로도 일컬어진다.

그동안 대장경판의 경판 수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논쟁이 있었으나, 국보로 지정된 1962년 이후에도 정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일제강점기 조사 결과가 그대로 인정돼 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대장경판은 워낙 많고, 경판이 한두 점씩 발견되기도 해 숫자가 틀리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며 "경판을 하나씩 빼서 촬영하고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수량에 대한 조사를 끝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경판 수를 계산하기 위해 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수다라장과 법보전 사이에 있는 '사간전'도 올해 조사했으나 대장경판이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인사 대장경판으로 인쇄할 수 있는 책의 종류와 권 수는 명확히 집계되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약 1500종, 6800권으로 보고 있다.

대장경판의 중복판과 사간전 경판 조사를 담당한 최영호 동아대 교수는 "팔만대장경에는 경판의 앞면과 뒷면 내용이 이어지지 않고 똑같은 경판이 4개인 경우도 있다"며 "내용까지 세밀하게 살피려면 7∼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경판이 36장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경판들은 1915년 만든 18장과 1937년 새긴 18장으로 내용은 동일하며, 그중에는 유일한 경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순호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장은 "일제강점기에 새겨진 경판은 등록문화재로 따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불교계는 전체를 국보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10월께 학술대회나 공청회를 열어 일제강점기 제작 경판의 국보 지정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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