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수트 입은 근육제로 개미인간이 펼치는 강력 액션극

 

지구를 지키는 슈퍼영웅이 되는 방법도, 악당을 물리칠 초현실적 능력도 갖가지다.

방산업체 오너인 억만장자가 최첨단 수트를 만들어 슈퍼영웅이 될 수도 있고, 거미 인간이 돼 자유자재로 건물 사이를 날아다닐 수도 있다. 화가 치밀어 오르면 괴력이 샘솟는 초록 괴물이 될 수도 있고, 아예 인간이 아닌 신이어서 아무나 들 수 없는 망치를 휘두를 수도 있다.

웬만해서는 명함도 못 내밀 것 같은 이 슈퍼영웅들 틈에서 몸집을 최대한 줄이는, ‘근육 제로’의 개미인간을 영웅화하는 일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마블의 새 영화 ‘앤트맨’은 이런 의문에 “가능하다, 그것도 멋지게“라고 화답한다.

좀도둑 스콧 랭(폴 러드)은 이번에 출소하면 어린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하지만, 전과자는 직장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스콧은 결국 감옥 동료들과 함께 ‘돈 많은 늙은이’의 집을 털게 되지만, 금고 안에는 돈이 아닌 수상한 수트만 덩그러니 있다.

집주인은 생물체의 몸집을 마음대로 줄였다가 늘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 행크 핌(마이클 더글러스)이다.

행크는 스콧에게 자신의 딸 호프(에반젤린 릴리)와 함께 이 수트를 입고 앤트맨이 되라고 제안한다.

목표는 행크의 옛 조수인 대런 크로스(코리 스톨)가 이 기술을 악용한 ‘옐로 재킷’으로 인간 병기를 양산하려는 시도를 막는 것이다.

영화는 슈퍼히어로물의 전형을 그대로 따른다.

평범하거나 그보다 아래의 인생을 사는 주인공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초능력을 얻고 자신 안에 내재한 ‘선함’을 자각하며 이를 ‘영웅성’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그에 반해 악당은 살리에리 콤플렉스에 시달리다가 끝내 폭발한다.

그러나 영화는 개미만큼 작은 인간이라는 단점을 강점으로 둔갑시키며 남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묵직하고 강력한 펀치로 관객을 녹다운시킬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잘 아는 영화는 그 대신 끊임없이 잽을 날린다. 오늘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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