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마 아들의 슬픔·분노로 가득찬 삶 그려

 

한국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은 매년 약 1000건에 달한다. 성폭행 사건은 지난해 2만7000건에 이르렀다.

살인자나 성폭행범이라는 멍에는 당사자만 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연좌제는 1980년대 사라졌으나 중범의 가족들은 여전히 사회의 매몰찬 시선과 편견 속에서 살아간다.

범죄자의 가족들이 원래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아버지가 성범죄자라는 사실이 신상정보 공개로 드러나면서 아들이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영도’(영제 Shadow Island)는 ‘괴물이 낳은 아이’라는 멸시와 손가락질 속에서 점점 폭력적이 돼가는 연쇄 살인마 아들의 힘겨운 삶을 그린 영화다.

범죄자의 가족을 똑같이 범죄자로 모는 우리 사회의 이면과 이들의 인권이 은연중에 침해당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이 참신하고 의미 있다.

그간 범죄자나 피해자의 관점으로 사건을 풀어 가거나 사건 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많았으나 범죄자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연출을 맡은 손승웅 감독은 연쇄 살인마 유영철과 강호순이 자신의 자녀를 끔찍하게 아꼈던 사실에 주목하고, 범죄자의 자녀가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모티브로 삼았다.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 이번 영화의 촬영 배경이 된 영도는 부산 남포동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있는 섬이다.

오직 다리를 통해서만 세상과 연결되는 영도의 고립성이 범죄자의 아들로 태어나 연쇄 살인마 아버지의 그늘 속에서 슬픔과 분노로 살아가는 영도(태인호)의 모습과 닮았다.

영도(影島)라는 이름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그림자 섬’으로, 아버지라는 그림자에 갇혀 사는 인물 영도의 삶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영도는 천혜의 자연환경과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이지만, 과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피난민들이 가난과 배고픔을 참고 살아남아야 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런 연출을 통해 영화는 범죄자의 자녀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제대로 된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지난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에 초청돼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영화의 리얼리티를 위해 손 감독은 태인호, 김근수를 비롯한 주요 배우 진을 모두 부산 지역 출신으로 캐스팅했다.

오늘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1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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