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광흠 진천경찰서 덕산파출소장

 

만약 당신에게 위급한 상황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가장 먼저 누구에게 연락을 취하겠는가?

늦은 밤 혼자 있는 집에 누군가 강제로 현관문을 열려고 할 때는 급히 112를 누를 것이고 만약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본다면 119에 신고를 할 것이다. 그 순간 누군가 경찰서와 소방서에 허위신고를 해서 출동이 늦어진다면 제2의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게 된다. 이렇듯 연간 약 1만 여건의 허위신고로 행정력을 낭비하는 사례가 흔치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우리 충북경찰에서도 지난해부터 112허위신고자에 대해 날카로운 제지를 가하기로 했다.

실제로 충북지방경찰청에서 접수한 허위 112 신고 건수는 2013년 328건에서 지난해 235건으로 71.6%가 감소했지만 허위 신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결과 허위 112 신고에 대한 처벌 건수는 2013년 54건에서 지난해 83건으로 53.7%가 증가했다.

허위·장난 신고자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료, 구류에 처할 수 있고 악의적인 신고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되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허위신고로 발생한 시간적·인적·물적 낭비를 따져 손해배상 청구로 민사적 책임도 물게 된다.

실예로 얼마전 진천군 덕산면 소재에서 본인이 단독 음주사고 후 다음날 아침 일찍 술이 덜깬 상태에서 사고지점을 찾지 못하고 차량을 찾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거짓 강도를 당하였다고 112신고를 하는 바람에 수사과장을 비롯 형사들과 파출소 직원 등 10여명이 아침부터 주변 CCTV 확인 및 탐문수사 등 한바탕 소동으로 경찰력을 낭비하였으며 허위신고자에 대해 음주교통사고 처리와 즉결심판에 훼부 시켰다.

또한 청주시 소재 공원 내에서 납치범이 있다는 112 신고를 받고 다수의 경찰관들이 신속히 출동한 일이 있었다. 피해자인 여성의 신병을 확보해 피해내용을 들어보니 남자친구와의 말다툼 뒤 홧김에 허위신고를 한 것이었다. 경찰은 위 여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하였고 집중 투입된 경찰력의 낭비와 그로 인해 국민들의 치안 서비스가 박탈되었다는 사실로 현재 민사 손해배상 소송 중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뭐 그 정도를 가지고 수백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단순한 장난전화이던, 악의적인 허위신고이던 간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사이에 다른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가 늦어 선량한 국민 중 누군가가 생명을 잃었을 경우 이는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다.

내가 한 장난이나 허위 신고로 인해 내 부모, 형제 등 내 가족 중 누군가가 위험해 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허위신고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중 그 누구라도 ‘나와 내 가족이 그런 피해를 입을 리가 없다’라는 요행을 바라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사회 전반에 안전장치가 없다며 국가와 사회시스템을 질타했었다.

국민들의 안전한 삶을 위해 필요한 치안 안정장치는 오로지 경찰의 몫이 아니다.

톱니바퀴가 혼자 굴러갈 수 없듯이 정부의 노력과 국민의 노력이 맞물려 함께 굴러나가는 것이다. 국민들 스스로 ‘내가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사회 안전장치에 흠집을 내지 않았는가’를 마음속에 항상 가지고 있다면 우리사회의 안전시스템은 작동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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