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준 청주시 흥덕구 건축과장

24절기중 “땅에서는 귀뚜라미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 라는 처서(處暑)도 그러고 보니 지난지 오래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살도 누그러져 풀도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이 시기에 조상님 산소를 찾아 벌초도 하게 된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 처서가 지나면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지고, 이를 대신해 풀숲에서는 아스런히 귀뚜라미 소리도 들려오곤 한다.
요즈음 고향 시골과 들녘을 보고 걷노라면 몸과 마음이 마냥 풍요롭기만 하다. 먼저 발길이 닫는 집안 뒤꼍에는 오랜 세월 꿋꿋이 자라나 있는 밤나무 한그루가 주먹만한 밤송이를 매단 채 그 자태를 뽐내고 있고 텃밭 한 모퉁이 대추나무 한그루에도 붉어가는 열매가 무수히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 집안 역사와 함께해온 100년 묵은 은행나무도 살아있는 노목에 힘이라도 자랑하듯 올해도 어김없이 가지마다 노란빛 은행 열매로 계절의 멋을 더해준다.
온갖 마귀를 물리치고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밖 어귀에 세워진 장승 앞에는 마을 주민이 오가다 올려놓은 작은 돌탑만이 쌓여있다.
무엇보다도 가을은 높아만 가는 하늘과 땅에는 벼가 아닌가 싶다. 오곡(쌀, 보리, 조, 콩, 기장)을 중시하던 60, 70년대의 보릿고개 시절 주된 식량 자원이 소득증대와 삶이 윤택해 지기 시작하는 80년대를 기점으로 급격한 식생활 문화도 변하면서 쌀의 소비량도 많이 줄게 되었다. 하지만 먹거리 소비량의 더하고 덜함의 차이지 벼는 물과 더불어 우리 인류가 이지구상에 존속 하는 한 없어서는 안될 가장 필요한 생명의 근원이라고 본다. 벼는 인류의 탄생부터 시작 된다. 역사학적 자료로 보면 지금부터 1만년전에 기원하여 지구상 전 인류에 전파 되었다고 한다. 벼 재배 지역은 1위인 인도, 2위인 중국에 이어 아시아의 벼 재배 면적이 전 세계 벼재배 면적의 90%를 차지하고 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삼한시대부터 쌀을 식량으로 이용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도 건강식품과 인스턴트 식품에 밀려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주된 식량으로 군림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농작물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월등히 많고 가장 중요한 식량자원 임은 틀림이 없다.
벼에 대해서 좀 더 부연하자면 벼는 생육기간의 장단(長短)과 종자에 따라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먹는 용도에 따라서는 메벼와 찰벼로 구분한다. 품종으로는 일본형 인도형 2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일본형에 속한다고 하며 그 대표적인 품종이 바로 그 유명한 ‘추청벼’인 것이다. 매년 변함없는 같은 시기이지만 소만을 전후해 심은 작은 어린모가 생명의 근원인 물과 따가운 여름의 햇살을 머금고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나 벼꽃을 피우고 일부는 이삭을 숙이기 시작 했다.
이젠 조금더 지나 가을이 깊어지면 다가오는 추석에다 온갖 산천이 단풍이 곱게 물들고 하면 사람들의 마음은 마냥 들뜨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그도 좋지만 나에 생각은 한번쯤은 들녘마다 이처럼 피어난 벼에 꽃향기도 맡으며 숙여가는 벼이삭을 보면서 거닐어 보면 어떤가 싶다. 그러다 보면 옛 고향의 동심의 향수도 맛보고 그시절 은유와 서정에 사로잡혀 지지는 않을는지, 9월과 10월은 각종 행사와 축제가 많은 달이기도 하다. 우리시만 하더라도 2015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내덕동 옛 청주연초장에서 ‘확장과 공존’이란 주제로 9월 16일부터 40일간 행사가 열리고 또한 오창읍 미래지테마공원 일원에서는 ‘풍성한 친환경 체험거리와 볼거리’ 등 3가지 주제를 가지고 청원생명축제가 10월 2일부터 10일간 열린다.
도농이 함께 공존하는 우리 청주시가 벼가 익어 숙여지는 풍성한 계절을 앞두고 85만 청주시민이 모두 함께하고 공감하며 크게 성공하는 행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