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은 농사꾼 남복(설경구)은 한국전쟁 휴전 3일 전에 군에 끌려와 일급 기밀문서를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전달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그러나 임무 수행 중 갑작스러운 적의 습격으로 남한군 부대가 전멸하고, 기밀문서는 어린 북한군 영광(여진구)의 손에 들어간다.

남복의 사수는 기밀문서를 잃어버리면 총살이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뱃속에 있는 아이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군대에 끌려온 남복은 반드시 살아서 집에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영광을 추격한다.

열여덟 평범한 학생에서 하루아침에 군인이 된 북한군 탱크부대 막내 영광. 그가 속한 탱크부대도 무스탕기의 폭격으로 부대가 전멸한다.

남은 것이라고는 조작법도 모르는 탱크와 우연히 얻게 된 기밀문서. 상관은 영광에게 탱크를 버리고 도망가면 총살이라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기밀문서를 되찾으려는 남한군 병사와 탱크를 지키려는 북한군 병사가 단둘이 서부전선에서 맞닥뜨린다.

'서부전선'은 휴전이 임박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어수룩한 남한과 북한의 병사가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무사귀환'이라는 코드에 담아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풀어냈다.

설경구와 여진구라는 배우가 만들어내는 '덤 앤 더머' 코믹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두 배우는 어수룩함을 무기 삼아 서부전선이라는 공간을 오롯이 웃음으로 채운다. 순박한 두 캐릭터로 자아내는 때묻지 않은 웃음이다.

추석을 겨냥해 유쾌한 웃음, 가족의 의미, 화해의 메시지를 모두 담은 '종합선물세트'를 표방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원래 전쟁영화의 백미는 영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블록버스터 액션이다. '서부전선'은 전쟁을 배경으로 했지만, 영웅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웠다.

남한군 남복이 쓰는 말도 촌스럽고 어수룩하나 가장 편안하게 다가온다는 충청도 사투리다. 분단과 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목소리는 그다지 높지 않다.

영화가 세대를 아우르는 다수의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는 방증이다.

다만, 영화가 특유의 해학과 촌철살인의 대사를 통해 코믹을 지향하다가 결말 부분에 눈물과 감동 코드로 급작스럽게 전환하는 대목은 다소 억지스럽고 지루하다.

그러나 영화는 설경구와 여진구, 정성화와 이경영, 정인기와 김원해의 맞춤한 연기와 맞물리며 과장되지 않고 순수하게 흘러가는 매력을 지녔다.

이번 영화 연출을 맡은 천성일 감독은 400만명의 관객을 모은 첩보 코미디물 '7급 공무원'과 지난해 866만명이 관람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각본을 썼다. 그는 이번 영화에 직접 메가폰을 잡고 감독으로 데뷔했다.

천 감독은 15일 시사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쟁은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가장 잔인한 것이며, 거시적인 관점으로는 그만한 코미디도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전쟁의 양면을 미시적·거시적 관점에서 모두 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9월 2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12분.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