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자 충주시 산척면 산업팀장

얼마 전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을 다녀왔다. 수목원에서 설립자인 고 민병갈 박사를 만나고 나니 그 숭고한 생명철학의 뜻이 푸른 바다만큼이나 가슴에 느껴졌다.
25세 미국 청년이었던 그가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인으로 살며 평생을 바쳐 일궜던 천리포수목원에는 1만5000여 종이 어우러진 식물들의 천국이었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더 발전시켜달라는 유언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을 아무런 조건 없이 선물로 남겼다.
충주는 사방이 숲으로 둘러친 고장이지만 수목원 하나쯤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 이렇다 할 수목원이 없는 형편이다.
그렇지만 숲이 좋은 탄금대와 하늘재는 국가명승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고, 물이 좋은 비내길과 종댕이길은 남한강과 충주호를 옆구리에 끼고 걷는 즐거움이 있는 숲의 고장이라고 할 수 있다.
숲은 인간에게 늘 고마운 존재다. 그늘이 되고, 놀이터가 되고, 큰 나무는 공장으로 옮겨져 일자리를 준다.
베어진 그루터기조차 노인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아낌없이 내준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0년도 기준 숲을 통해 얻은 공익적 기능의 가치는 모두 109조원이고, 이는 국민 1인당 216만원에 이른다고 하니 엄청난 숲의 혜택을 받고 살고 있다.
꽃 한 송이로 세상을 본다고 했던가?꽃은 작지만 세상의 이치를 담고 있다.
작은 꽃과 열매는 과학기술이 뛰어난 시대이지만 생명력이 넘치게는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고향은 숲이며, 숲이 미래라는 말이 있듯이 인구 30만 자족도시를 준비하는 충주로서는 수목원을 하나쯤 갖는 것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증진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사실 수목원을 찾는 여유로움과 즐거움은 크다. 나무와 풀꽃을 만나는 일은 사랑이 되고 행복이 된다.
휴식과 여가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연과 인간들이 더불어 공존하는 생명의 숲과 같은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수목원을 새로 만들기 어렵다면 있는 숲을 수목원 개념으로 발전시켜 관리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월악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하늘재는 그 자체가 수목원이다.
숲길만 걸어도 250여종의 식물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옛길은 그대로 보호하면서 주변 숲을 조금만 가꾸어 준다면 시민들이 숲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수목원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숲은 인간의 간섭을 배제하고 자연에 맡겨두는 것이 좋지만, 하늘재는 이미 수많은 시민들이 찾는 것이 현실인 만큼 우리들의 관심 속에 볼거리가 있는 국가명승의 수목원으로 관리됐으면 한다.
탐방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명물이 된 연아를 닮은 나무 가지가 죽어가는 데도 자연스러운 천이과정으로 보고 외면한다면 후회할 일이 되지 않겠는가?
최근 도시가 커지면서 정겹게 이용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 각광을 받고 있듯이 산림과 녹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숲을 활용한 작은 수목원 조성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충주에도 시민들에게 자연환경의 중요성과 식물이 주는 유익함을 전달하며 ‘힐링(Healing)’과 배움의 숲 공간이 될 수 있는 수목원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