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석 옥천군청 친환경농축산과 농촌개발팀장

 

대청댐이 조성되며 고향을 빼앗기고 소위 정거장이라는 읍내로 중학생이 돼 이주했다. 꿈 많던 푸른 시절, 공업고등학교 토목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처음 접해보는 토목용어는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는 생소한 단어의 일색이었다.

반세기를 살아온 내게 기억에 남는 한마디가 아직도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 고등학교 은사님께서 하신 말씀인 “의사는 사람을 수술하지만 토목인은 지구를 수술하는 사람이다”라는 말. 이 말은 나를 거대한 꿈을 꾸게 했다.

이후 토목인으로 자긍심을 가졌고 20여년의 세월을 공무원으로 살고 있다.

현재 농촌의 실정은 급속한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촌 활력 저하, 점점 줄어드는 인구로 인한 과소화 마을 증가 등으로 인해 낙후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일반농산어촌개발 사업이다. 농촌의 현재와 10년 후의 모습을 어떻게 내손으로 변화시키며 만들어 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업이라 하겠다.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에서 상향식 사업을 발굴해, 회의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런 추진은 농촌 중심지 기능복원, 다양하고 창의적인 마을발전모델을 찾았다. 역사문화 자원 발굴 및 복원을 시행하고 컨설팅업체에서는 주민의 의식 개혁을 위해 지역역량강화 사업을 추진하게 되며 지자체와 지역대학 등 지역협력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현재 옥천군은 면 소재지정비 사업으로 3개 권역이, 마을권역단위 종합정비 사업으로 6개 권역이 추진되고 있다. 1개 권역은 완공돼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특별히 완공된 한두레 권역은 우리 군에서 제일 오지인 마을에 위치하며 보청천이 휘둘러 흐르고 있는 7개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두메산골이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뜻을 하나로 모으는데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고 그것에 대한 당위성과 타당성을 논하며 하나하나 사업을 발굴하게 됐다. 그중에 도농교류복합센타, 폐비닐수거장, 산책로정비, 오수처리시설, 잔디광장, 방갈로, 캠핑장, 풋살장 등을 대상으로 선정하여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도농교류복합센타에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참여해 감 따기, 곶감 만들기, 종이접기, 전통 떡 만들기 등을 한다. 또 인성학교를 운영해 학생들이 바르게 자라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며 세미나실에서는 그동안 사업을 추진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새롭게 시작하는 권역에 전수하는 역할을 담당 한다. 농촌의 풍경 속에 들어와 푹 잠겨 볼 수 있는 가족단위 캠핑장에는 사시사철 캠핑객들이 찾아온다. 풋살 경기장에서 청춘을 불사르기도 하며 보청천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올갱이 잡이와 물놀이는 심신을 편히 쉬게 하는 휴식처이다.

주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자 선진적으로 시작한 권역을 방문해 그들이 개척해 놓은 산실을 직접 목격함으로 우리지역에 맞는 사업을 구상하고 주민들이 하나로 뜻을 모으는 소중한 계기로 삼게 만든다. 사업이 완료된 요즈음 많은 내방객들이 찾아와 자연에 동화되었다가 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추진해온 사업을 오래도록 유지시키고 더 번성시키는 것은 주민들의 몫이다. 잡초 한포기 쓰레기 하나 줍는 주민들이 늘어갈 때 권역은 윤기 나는 곳으로 반짝일 것이다.

가을하늘아래 떠가는 구름을 벗 삼아 밤이면 무수히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비를 맞으며 귀또리의 장단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곳인 옥천으로 나들이를 다녀감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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