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미국 쌍둥이 건물 오간 필립 프티의 실화

 

(동양일보)한 남자가 415m 높이의 미국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옥상에 올라선다. 이 남자는 42m 건너에 있는 반대편 쌍둥이 건물 옥상으로 줄 하나를 타고 건널 생각이다. 안전장치를 하는 일 따위는 없다.

이런 ‘미친 짓’을 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가는 상황에서 그것을 영화화하는 것은 더욱 의아한 일이다. 이 이상한 남자의 이상한 선택을 관객에게 어떻게 설득하려는 것일까.

‘빽 투더 퓨쳐’,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 어웨이’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스물다섯 살 생일을 일주일 앞둔 1974년 8월 균형봉을 잡고 쌍둥이 건물을 오간 프랑스인 필립 프티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가장 노련하게 풀어나간다.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는 프티가 거대한 도전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에서 밟아온 과정을 유머를 담아 소개하고, 공모자들을 모아 준공을 앞둔 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에 잠입하는 과정을 범죄영화처럼 감각적으로 선보인다.

그리고 이 남자가 준공 당시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건물 사이에 와이어를 설치하고 줄 위에 올라서는 모습은 서스펜스 그 자체다.

어떤 스릴러 영화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손에 땀을 쥐는 순간과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순간,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오는 순간이 번갈아 찾아온무모하기 그지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 그 자체가 된 대담한 ‘도전’과 더불어 이 영화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월드트레이드센터’다.

2001년 9·11테러로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너져 내린 쌍둥이 건물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기에 진정한 꿈으로 남는다. 향수를 자극하는 1970년대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무생물인 건물이 완벽한 도전 대상에서 영원한 연인으로 승화하는 마지막 장면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 남자의 무모한 도전을 끝까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관객이라도 영화의 감성만큼은 받아들이게 된다.

‘베오울프’로 일찌감치 3D 영화를 시도했던 저메키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3D 영화로 보기에 가장 적합한 화면을 만들어냈다.

조지프 고든 레빗은 역시 좋은 배우다. 필립 프티로부터 1대1 개인 과외를 받은 레빗은 파닥이는 청춘의 열정과 프로 광대의 광기 중간에 놓인 남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29일 개봉. 123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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