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인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가 치매의 초기와 중기만이 아니라 말기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리셉트는 뇌신경세포(뉴런)의 활동을 돕는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을 활성화시키는 약으로 치매의 진행을 멎게 하지는 못하지만 치매 증상을 완화시켜 환자가 일상생활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치매가 말기에 들어서면 이러한 효과가 없어진다고 해서 임상의들은 말기환자에게는 약을 끊는 게 보통이다. 구토, 부정맥 같은 부작용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노년정신의학 전문의 로버트 하워드 박사는 말기에도 아리셉트를 쓰는 것이 증상의 악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

치매 환자 295명을 2012년부터 관찰한 결과 아리셉트 투여를 중단한 환자는 계속한 환자에 비해 1년 후 요양원으로 들어가야 할 만큼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워드 박사는 밝혔다.

아리셉트를 끊은 환자는 요양소 입원율이 37%로 아리셉트를 계속 복용한 환자의 20%에 비해 2배가량 높았다.

또 다른 치매 치료제인 에빅사(성분명: 메만틴)는 이러한 효과가 없었다.

영국 왕립약리학회 대변인 이언 메이드먼트 박사는 말기치매 환자에게 아리셉트를 끊은 것은 재고해야 한다면서 약을 끊으면 환자의 일상생활 영위 능력을 더욱 악화시켜 결국은 요양원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영국 의학연구소의 신경과학·정신건강연구실장 캐스린 애드콕 박사는 아리셉트가 예상보다 효과 지속 기간이 길어 말기치매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논평했다.

영국 알츠하이머병학회 연구실장 더그 브라운 박사는 지난 10년 동안 새로운 치매 치료제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사용 가능한 약이나마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랜싯 신경학' 최신호(10월27일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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