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라 충주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순경

깜깜했다. 분명 점심시간인데... 교실이 왜 이렇게 깜깜할까?.
교실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다른 반 절대 출입금지’
그때 마침 뒷문에서 한 남학생이 나왔다.
“너의 반 무슨 일 있니?.”
“아니요.”
“교실이 완전 깜깜한데..안에 아무도 없는 건 아니지?.”
“아. 저희 반 원래이래요. 아무 방해도 받고 싶지 않거든요. 점심시간만큼은 다른 반 애들도 절대 못 들어와요. 절대로!”
교실에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휴대전화 불빛을 따라가 보니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렇게 학생들은 교실을 하나의 울타리로 만들어 서로 교감하면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또래 관계는 종종 한 개인의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관계로 남아있다. ‘또래’라는 말은 ‘평등’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또래 안에서 수립된 친구관계에는 평등주의적 경향이 있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피아제(J.Piaget)는 또래집단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강조하고 있다.
그는 또래집단에서의 구성원 상호간 관계는 아이들과 그 부모 사이의 관계보다 민주적이라고 봤다.
이런 점으로 인해 그들은 다른 학생과의 관계에 있어 친밀도를 측정하고 유사성 있는 부분을 부각해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자 한다. 그러나 이 관계가 끊어지거나 어긋나게 될 경우 ‘따돌림’과 같은 학교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따돌림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피해 학생은 학교적응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자아존중감 등이 낮아져 일부는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또한 가해 학생을 처벌한다고 해도 그들이 또래집단 내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문화를 지속 확대해 나간다면 그 처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학교폭력 피해유형이 학교적응에 미치는 효과: 대인관계의 조절 효과’ 논문에 따르면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경험한 학생은 어려움을 이야기할 친구가 있을 때 다시 학교에 적응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가해 학생의 처벌보다는 피해 학생의 친구 관계를 돕는 방식으로 학교폭력 예방·대응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 따돌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 전 분야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구체적으로 또래지킴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비교적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또래 관계 내에서의 소통 효과를 통해 피해 학생이 학교에서 자신의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어 학교생활에 더 잘 적응하도록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활 속 작은 영웅으로 뽑힌 학생 중 왕따를 이겨내고 다른 소외된 친구들을 묵묵히 챙기는 학교 도우미 역할을 잘해낸 학생에 대한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4월 29일 발대식을 가진 충주경찰서 16기 명예경찰소년단은 학교폭력예방 캠페인과 학교폭력 우려학생 또래상담, 학교전담경찰관 및 ‘117Chat(채팅신고 앱)’ 홍보 등 실질적인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는 마니또, 편지쓰기 등 따돌림 예방 및 치유 프로그램을 추진해 또래지킴이 학생들이 더 많은 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또래지킴이 제도가 계속적으로 잘 시행되기 위해서 학교전담경찰관은 우선 또래지킴이 학생들과 자주 연락하여 소통해야 한다.
또 다른 피해 학생은 혹시 없는지 또래지킴이를 하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물어보고 만약 그들이 활동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함께 고민하고 이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학교선생님 및 학생들과 함께 심리상담, 역할극 등을 진행해 상담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폭력 신고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신고자에 대한 보안유지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