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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 "프레지던츠컵에 한국 선수 뽑아달라고 단장 찾아갔다"
류진 "프레지던츠컵에 한국 선수 뽑아달라고 단장 찾아갔다"
  • 동양일보
  • 승인 2015.11.03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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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대회 또 한번 유치 희망"…"한국 골프팬은 세계 최고 수준"

(동양일보)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는데 한국 선수가 안 나오면 어쩝니까. 한국 선수 뽑아달라고 (인터내셔널팀) 닉 프라이스 단장을 찾아가서 부탁했습니다."
지난달 8일부터 11일까지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의 국가 대항전 2015년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는 10만 명을 넘는 갤러리를 대회장으로 끌어들일 정도로 대성공이었다.

이 대회는 최종일 마지막 싱글매치플레이에서 우승의 향방이 가려지는 짜릿한 승부를 펼쳐 중계방송을 지켜본 10억명의 세계 골프팬들을 흥분시켰다.

세계 최강 미국팀에 맞선 인터내셔널팀 선수 12명에는 한국 골프의 간판 배상문(29)이 포함됐다. 단장 추천 선수로 출전해 2승1무1패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병역 기피 논란으로 눈총을 받던 배상문은 이 대회 활약으로 나쁜 인상을 어느 정도 지웠고 대회가 끝나고서 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2015 프레지던츠컵 유치와 성공적인 개최를 이끈 류진(57) 대회 조직위원장(풍산그룹 회장)은 3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대회유치 등과 관련한 일화와 근황 등을 소개했다. 류 위원장은 현재 대회 정산 등 마무리에 분주하다.

그를 만난 서울 충정로 풍산그룹 사옥 18층 회장실에는 프레지던츠컵 우승컵과 함께 출전 선수 24명, 양팀 단장과 부단장들의 사인이 빼곡한 골프 캐디백이 놓여 있었다.

류 위원장은 배상문이 단장 추천 선수로 선발되기 전에 한국 선수가 한 명도 출전하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했다고 털어놨다.

타이거 우즈가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필 미켈슨이 미국팀 단장 추천으로 합류하자 쾌재를 불렀다고 고백했다.

아시아 지역 첫 대회가 한국에서 열린 데 대해 일본 골프계가 굉장히 부러워했다는 후일담도 전했다.

류 위원장은 2023년 프레지던츠컵은 일본이나 중국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대회가 워낙 성공적으로 치러져 일본과 중국이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이 2027년 대회를 다시 한번 유치하면 좋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류 위원장은 "일본보다 먼저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에 버금가는 최고 권위의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한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소감을 피력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쌓은 친분 덕에 만난 톰 핀첨 PGA투어 커미셔너와 인연이 되어 프레지던츠컵을 유치하게 된 사연도 공개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두 번이나 "감사하다"고 밝혔다.

재계 오너들의 골프 실력 얘기에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최고수라고 귀띔해줬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18홀 라운드를 2시간15분 만에 주파한다는 사실도 곁들였다.

다음은 류진 위원장과 일문일답.

   -- 프레지던츠컵 유치와 개최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는데 감회가 어떤가.

▲ 생각 이상으로 성공적으로 끝나서 기쁘고 만족스럽다. 톰 핀첨 PGA투어 커미셔너도 만족한다고 하더라. 역대 최고의 대회라는 평가도 받았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1년반 전에 일찌감치 박근혜 대통령께서 명예 대회장을 맡아주셔서 큰 힘이 됐다. 개막식에도 참석하셨다.

-- 조직위원장으로서 프레지던츠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자평하나.

▲ 세상 일이 모두 타이밍이 중요한데 프레지던츠컵은 모든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라서 PGA투어도 언론도 걱정이 많았는데 순조롭게 잘 풀렸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명예 대회장을 맡아준 것도 대회 성공을 도왔다.

매일 2만명의 갤러리가 몰린 대회에서 대회 운영이 차질이 없었던 건 자원봉사자들의 역량과 열의 덕이었다. 많은 칭찬을 받았다. 자원봉사자들에게도 특별히 감사하고 싶다.

또 한가지 대통령께서 개회식에 직접 와주시고 골프 발전을 위한 좋은 말씀도 해주셔서 더 힘을 받았다.

-- 대회 전에 걱정이 많았다는데 주로 어떤 걸 우려했나.

 ▲ 가장 큰 걱정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한국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었다. 인터내셔널팀 닉 프라이스 단장을 찾아가서 한국 선수 한명을 뽑아야 하지 않냐고 호소까지 했다. 다행히 프라이스 단장이 배상문을 뽑았다.

또 하나 걱정은 갤러리 매너였다.

하지만, 갤러리 매너는 걱정과 달리 훌륭했다. 미국과 유럽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는 갤러리 응원도 전투적이고 상대편 선수에 야유도 서슴지 않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상대편이랄 수 있는 미국 선수도 아낌없이 응원한 갤러리에 미국 선수들도 고마워했다. 세계 최고의 골프팬이라고들 하더라. 훌륭한 관전 매너를 보여준 골프팬들에게 감사한다.

-- 대회가 성공적이었지만 옥에 티라면 무엇인가.

▲ 크게 두 가지가 아쉽다. 하나는 각종 기념품 등 상품 물량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아서 기념품 판매를 더 늘리지 못한 것이다. 갤러리들에게 파는 식음료도 충분치 못했다. 사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 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 대회 유치와 진행 도중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면 공개해달라.

▲ 대회 운영은 대체로 매끄러워서 어려운 일은 없었다. 대회 전에 타이거 우즈나 필 미켈슨 같은 스타 선수가 오지 못하게 될 것 같아 노심초사했다. 미국팀 제이 하스 단장이 미켈슨을 추천 선수로 뽑았을 때 무척 기뻤다.

-- 다시 한번 프레지던츠컵 대회를 한국에 유치할 기회가 있다고 보는가.

 ▲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이번에 참가한 선수들도 다들 한국에서 경기를 치른 것을 좋아했다.

2023년 대회는 아마 일본이나 중국이 유치할 것 같다. 우리가 올해 대회를 유치하자 일본 골프계 인사들이 엄청 부러워했다. 한국은 2027년 대회면 다시 유치할 수 있으리라 본다. 나도 힘을 보태겠다.

 -- 일본 골프계 인사들이 부럽다고 하던가?
▲ 말을 대놓고 하지는 않았지만, 눈치가 그렇더라. 부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본은 골프 역사가 100년 아니냐. 골프에서 우리보다 훨씬 위상이 앞섰다고 여겼는데 한국이 이런 대회를 먼저 치르니 부러워하는 게 당연하다.'

 -- 이번 대회에도 부시 전 대통령이 왔다. 부시 일가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 원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 1992년 방한 때 처음 만났다. 풍산이 미국 아이오와주에 공장이 있는데 거길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직접 오지는 못했지만, 바버라 여사가 대신 왔다. 그런 인연으로 두 전직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1년에 두 번은 함께 식사를 하고 아들 부시 전 대통령과는 1년에 대여섯번 본다. 같이 골프도 친다.

10년 전 프레지던츠컵 때 부시 전 대통령이 PGA 투어 핀첨 커미셔너를 소개해줘 친분을 쌓았고 그게 이번 프레지던츠컵 개최까지 이어졌다.

-- 두 전직 대통령 모두 골프를 즐긴다고 들었다. 골프 스타일은 어떤가.

▲ 부시 일가 별장에 매년 가서 함께 골프를 친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최근에는 골프를 치지 못하는데 두 분 모두 엄청나게 플레이 속도가 빠르다. (동반자들이 친 공 가운데 가장 좋은 위치의 볼을 택해 다음 샷을 치는) 베스트볼 방식이긴 해도 18홀을 도는데 2시간15분밖에 안 걸린다. 골프를 하면서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없다. 나도 플레이가 빠른 편인데 따라가기가 벅차다. 연습 스윙 없이 그대로 스윙한다.

-- 골프와 인연은 어떻게 되나. 골프 실력은 어떤지.

▲ 골프는 일찍 배웠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쳤으니 구력이 꽤 됐다. 어렸을 때 야구를 해서 그런지 장타였다. 지금은 거리가 좀 줄어 240야드쯤 나간다. 미국골프협회(USGA) 공식 핸디캡은 12.4이다. 요즘은 10오파버 정도 친다.

부시 전 대통령 부자처럼 플레이 속도가 빠른 편이다. 주말에는 특별히 다른 일정이 없으면 골프를 친다. 프레지던츠컵을 개최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 자주 가는 편이다.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처럼 도전적인 코스를 좋아한다.

재계 인사들 가운데 요즘 최고수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재계 오너 가운데 골프 실력이 제일 낫다.

-- 한국 남자 프로 골프가 어렵다.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데.

▲ 회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프로골프협회 회장을 맡기가 곤란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경기인 출신이 회장을 맡고 기업인이 지원하는 구도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4년 동안 프레지던츠컵 유치와 개최 준비 등 골프에 너무 시간을 뺏겼다. 이제 회사 일도 좀 봐야 하고… 그래도 한국프로골프 발전에 기여할 방안을 찾아보고 힘껏 돕겠다.

-- 주니어 골프 선수 육성 운동인 퍼스트티 한국 지부 창설에 나섰다고 들었다,
▲ 미국에서 활발하게 운영 중인 퍼스트티 이사로 일해왔다. 한국 지부는 아무래도 내가 만들어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맡는 걸로 했다. PGA투어에서 100만 달러의 기금도 받아놨다. 내년 상반기 중에 닻을 올릴 생각이다.

-- 고향 안동과 풍산 류씨 가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남다르다. 고향 안동과 풍산 류씨 가문은 류 회장에게 어떤 의미인가.(류 위원장은 서애 류성룡의 13세손이다. 안동시 풍산면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 집성촌이며 이곳에는 서애를 배향한 병산서원이 있다. 류 위원장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하회마을 방문을 주선하고 직접 안내에 나선 바 있다.)
▲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안동과 가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컸다.

자부심을 느낀다. 또 조상에 누가 되는 언행을 삼가게 된다. 부담도 되지만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그런 고향과 가문에 대한 자부심과 집안의 가르침 덕에 이만큼 성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안동 풍산고교 재단 이사장을 15년째 맡아 전국 고교 랭킹 2천등하던 학교를 40위까지 발전시켰다. 이 학교는 선친(풍산그룹 창업주 고 류찬우 회장)께서 25년 전에 인수한 학교다.

-- 사회 공헌 활동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이 아닌데도 그런 일에 선뜻선뜻 나서는 게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회공헌 활동에 철학이 있다면.

▲ 선친께서 늘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니라 나라를 위한 사업이라고 말씀하셨다. 이익은 주주한테도 돌려줘야 하지만 나라와 사회에도 기여하라는 게 선친의 유지이다.

젊은이들의 교육과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원한다. 음악 등 예술 분야 역시 주요 지원 대상이다.

내가 펄벅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보니 다문화 가정 지원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금액이 다소 적더라도 되도록 다양한 분야에 골고루 혜택을 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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