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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희 평전 / 불꽃으로 타오른 민족혼<20>
조명희 평전 / 불꽃으로 타오른 민족혼<20>
  • 김명기 기자
  • 승인 2015.11.08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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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말의 예술, 그 말은 아름다워야 할 것이다”

(김명기 동양일보 기자) 詩는 말의 藝術이다. 그 말은 아름다워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말 가운데에는 繪畵의 要素인 빛이 있고, 音樂의 要素인 리듬이 잇음이라. 어떤 사람의 詩는 빛이 전연 없음은 아니나 音樂에 가까운 것이 있으며, 어떤 사람의 시는 리듬이 全然 없음은 아니나 繪畵에 가까운 것이 있나니. 그러나 그 말의 빛조차 音樂的 排列로 되어야 만함을 보던 詩歌는 繪畵보다도 音樂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빛으로나 말로나 表現치 못할 지경-卽 말과 呼吸이 끊어진 어떤 沈默의 境地를 당할 때에 우리는 먼저 소리없는 音樂을 들을 수 있나니 이것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神의 고요한 숨소리라 할 수 있다. 그럼으로 우리의 感情이 깊어갈수록에 표현된 詩歌가 저절로 音樂에 가까워감을 알 것이다.

포석은 시의 내용과 형식에 더불어 시의 구성 요소(38)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내놓는다.
시는 말의 예술이고, 그 말은 아름다워야 할 것이고, 그 아름다운 말 가운데에는 회화의 요소인 빛이 있고 음악의 요소인 리듬이 있다고 설명한다. 어떤 시인은 음악적 요소가 강하고 어떤 시인은 회화적 요소가 강한 시를 쓴다. 그러나 회화적 요소가 강한 시라 할지라도 음악적 배열로 되어야만 하며, 따라서 시는 회화적 요소보다 음악적 요소가 강한 문학의 장르라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빛(회화·이미지)으로나 말(음악·운율)로나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 말과 호흡이 끊어진 어떤 침묵의 경지를 당할 때에 우리는 먼저 소리없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하며 이것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신의 고요한 숨소리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포석이 시가 지니고 있는 운율에 있어, 외형률을 넘어선 내재율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여기서 포석이 시의 구성요소로 밝히고 있는 것은, 문학사적 흐름으로 볼 때 순수시와 상징시(39), 그리고 주지주의(40)와 이미지즘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포석이 퇴폐적 문예 경향이었던 백조와 폐허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것을 보면-포석이 절친이었던 공초 오상순에 대해 거리를 두게 된 것은 오상순의 문학이 백조와 폐허를 기반으로 한 퇴폐적이고 허무적인 경향이 짙었던 까닭이었다- 시의 리듬과 운율의 중요성 그 자체를 이야기한 것이지 그것을 상징주의와 결부시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늘 빛이 다르고 땅 모양이 다른 곳곳에 거기에 나는 한 포기의 풀과 한 마리의 새가 곳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것은 다 그곳의 自然과 調和되어 나온 까닭이다. 한 마리의 새와 한 詩人의 울음소리가 곧 그 땅 地靈의 울음소리라 할 수 있다. 櫻花(앵두 꽃)가 흩날리고 四時에 잎이 푸른 섬나라 사람 중에는 작은 새와 같은 詩人이 많으며, 끝없는 曠野의 大陸나라 사람 중에는 鶴과 같은 詩人이 많았음을 보라.
러시아 사람 중에는 얼음에 발 傷한 흑곰이 끝없는 안개의 氷洋을 바라보고 우는 듯한 沈痛한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印度사람 중에는 莊嚴한 原始林 속에 이끼 낀 盤石 위에 앉아 瞑想하던 聖者의 말소리 같은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하늘 빛과 땅 모양이 다른 곳곳에서 나는 한 포기의 풀과 한 마리의 새가 곳곳에 따라 다른 것은 그것이 생성된 환경이 다름에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인간의 사상과 문화는 환경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는 이론에 결부시켜 보면 더욱 명확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 이론에 밝은 눈을 가진 이가 김태창 전 충북대 교수였다. 일본에서 사회과학 부문의 학문에서 활약하다 잠시 귀국했던 그는 지난 10월 20일 동양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땅의 청년에게 꿈이란’을 주제로, 노학자가 청년들에게 제시하는 꿈을 이야기 했었다. 1984년 교양강좌로 들은 김 교수의 강의 내용을 얼기설기 엮어보자면 이런 것이었다.
세계의 문화와 사상은 지역적 환경적 영향을 받게 된다. 사막만 있는 중동지역은 모래밖에 없는 곳이기 때문에 일원론적 사고가 생성된다. 따라서 진리도 하나요, 신도 하나다. 유일신 여호와만이 지배하는 이 곳은 여타의 모든 것은 부정된다. 목초 지역으로 유목민의 생활을 하는 몽골 등의 지역은 선악(善惡)의 구조가 확연히 갈린다. 목초와 비와 가축은 선이요, 황무지와 가뭄과 늑대, 이리는 악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가 이익(利益)와 해악(害惡)에 따라 이분법적으로 갈리는 이원론적 사고가 팽배하다. 삼림이 무성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은 다원론적인 사고관이다. 큰 숲에 깃들어 사는 새와 다람쥐와 너구리 뿐만 아니라 늑대, 곰, 호랑이 등도 모두 큰 숲이 내어준 삶이라는 공간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범신론적 사고다.
이야기를 돌려 포석이 쓴 머릿말을 살펴보면, 다른 곳곳에서 나온 풀과 새가 제각각 다른 것은 그것이 그곳의 자연과 조화되어 나온 까닭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그것을 시에 대입시킨다.
그래서 한 마리의 새와 한 시인의 울음소리가 곧 그 땅의 지령의 울움소리가 되는 것이다. 해서 앵두꽃이 흩날리고 사계절 잎이 푸른 섬나라(일본) 시인 중에는 작은 새와 같은 시인이 많고, 끝 없는 광야의 대륙나라(중국) 사람 중에는 학과 같은 시인이 많으며, 러시아 시인에게서는 얼음에 발을 상한 흑곰이 끝 없는 얼음바다를 바라보고 우는 듯한 침통한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인도 사람 중에는 장엄한 원시림 속에 이끼 낀 반석 위에 앉아 명상하는 성자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늘 높고 물 맑은 이 땅에 山은 물결 같이 구부러지고 길도 굽이굽이 감도는데, 이 山 저 山 넘어가며 우는 뻐꾹이가 우리의 소리일지며, 아침해 봉우리에 솟고 자진 안개 흩어질 제 하늘 끝을 바라보고 우는 두루미가 우리의 소리일 것이다. 우리 平和의 魂은 마을 울 밑에 우는 닭일지며 우리 悲哀의 魂은 뻐꾹이나 두루미일 것이다. 우리는 보드레르가 될 수 없으며 타골도 될 수 없다. 우리는 우리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남의 것만 쓸 데 없이 흉내내지 말을 것이다. 붉은 薔薇가 어떻니 당신의 레이스가 어떻니 하는 西人의 노래만 옮기려 하지 말고, 우리는 먼저 山비탈길 돌아들며 지게목발 두드리어 노래하는 樵童에게 향하여 들으라. 하늘빛은 멀리 그윽하고 얇은 햇빛 가만히 쪼이는 봄에 그 햇빛의 傷한 마음을 저 혼자 아는듯이 가는 바람이 스칠 때마다 이리저리 나부끼는 실버들 가지를 보라. 朝鮮魂의 울음소리를 거기서 들을 수 있다.

(38) 시의 구성 요소
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는 음악적 요소와 의미적 요소, 회화적 요소, 정서적 요소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음악적 요소는 시의 리듬으로, 정형시의 외형률과 자유시의 내재율 등의 율조를 가리킨다. 자음과 모음 등의 소리가 지니는 음 자체의 성질, 의성어 등의 음성 상징어가 가지고 있는 음악성과 음의 반복이나 교묘한 배열 등에 의해 나타나는 요소를 말하는데, 순수시, 상징시가 여기에 포함된다.
의미적 요소는 시의 사상과 정서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시어와 문장이 표출하는 함축적인 의미와 정서를 말하는데 경향시와 관념시가 있다.
회화적 요소는 시의 심상에 대한 것으로, 감각적 표현을 중시한다. 어떤 사물을 마음 속에 떠올리도록 만드는 요소인데, 이것이 시에서는 심상(心想)으로 나타난다. 언어가 갖는 청각적 요소인 소리는 의미와 결합하게 되면서 어떤 상징으로 환치되는데, 상징은 동시에 그것이 지시하는 어떤 심상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를 회화적 요소라 하고 이미지즘과 주지주의가 여기에 속한다.
정서적 요소는 서정적 자아에 의해 표출되는 심리와 감정의 반응으로, 어조(語調)는 시 전체의 분위기를 형성하며 시인의 개성을 직접 표출하게 된다. 낭만시가 여기에 속한다.

 

▲ 한국 상징주의 시의 대표적 시인들. 윗줄 왼쪽부터 박종화, 박영희, 황석우, 이상화 시인. 한국 주지주의 시의 대표적 시인들. 아랫줄 왼쪽부터 최재서, 김기림, 김광섭, 김현승 시인.

(39) 상징주의(象徵主義)
사실주의·자연주의의 외면적·객관적 경향에 대한 반동으로 상징적 방법에 의하여 형이상적(形而上的) 또는 신비적 내용을 암시적으로 표현하려는 문예사조.
상징주의(symbolism)의 어원은 증표를 뜻하는 그리스어의 symbolon이다. 상징은 매개인 사물과 그 매개가 암시하는 의미의 이중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겉으로 비유와 유사한 구조이나 무한하고 다양한 내적 아날로지(analogie : 유추)를 갖는 점에서 다르다.
보들레르(Boudelaire, C.), 랭보(Rimbaud, A), 예이츠(Yeats, W.B.), 릴케(Rilke, R. M.) 등을 꼽을 수 있다. 상징주의 문학운동에는 많은 서클과 많은 잡지가 참여했으며 세기말 문학을 주도했다.
한국의 상징주의는 백대진을 시작으로, 김억, 황석우 등에 의해 활성화된다. 또 최승만, 주요한, 박영희 등을 상징주의 유파로 꼽을 수 있다. 백조(1922)와 폐허(1920)를 중심으로 한 퇴폐적 문예경향이었던 박종화, 박영희, 황석우, 이상화, 주요한 등을 상징주의로 보는 견해와 낭만주의로 보는 견해가 나뉘어 있다.
1920년대 조선의 문사들은 일제의 탄압으로 상징세계를 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계몽의 연장선상에서의 무비판적 수용, 수용할 역사적 동기와 필연성의 결여, 낭만주의와의 공존 등은 문제점으로 꼽기도 한다.

(40) 주지주의(主知主義)
감각과 정서보다는 지성을 중요시하는 창작 태도 또는 그 경향.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사회 혼란과 무질서로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게 된 이들이 기존의 문화와 전통을 부정하며 탐미주의(耽美主義)나 주정주의(主情主義)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극복하면서 생겨난 유파다.
지성의 절대적 우위를 강조하고, 유럽 문명의 전통을 재생하며, 정신적 질서를 회복하고자 하는 문학적 태도다.
주지주의는 지성의 절대적 우위, 탐미주의·주의주의(主意主義)·주정주의의 반대, 전통적 질서의 회복과 현대문명의 위기극복이라는 세 가지 기본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성의 ‘절대적 우위’란 내용면에서 보면 문학작품 속의 지적 요소, 시사적(時事的) 현상, 과학적·사상적 내용 등을 의미하고, 방법면에서 보면 질서의식에 의거하여 감정이나 본능에 대한 통제나 억제 작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주지주의는 내용도 중요하나 그 방법의 의식적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
프랑스의 주지주의는 발레리(Valery, P.)를 정점으로, 영국의 주지주의는 흄(Hulme, T.E.), 엘리엇(Eliot, T.S.), 리드(Read, H.), 헉슬리(Huxley, A.L.) 등이 있다.
이미지즘은 주지주의의 전단계로서 하나의 유파를 형성한 운동이고, 주지주의는 모더니즘의 한 경향이다.
한국에서 주지주의를 이론면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비평가는 최재서이고, 비평과 더불어 작품으로 선보인 시인은 김기림이다. 이후, 김광섭, 김현승 등의 시인들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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