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성 당뇨병 있으면 아이도 비만·당뇨병 위험 높아져

(동양일보) 매년 11월 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당뇨병은 잘 관리하지 못하면 혈관과 관련된 각종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률을 높이는 무서운 질환이다. 이중에서도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부뿐만 아니라 태아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임신성 당뇨병은 원래 당뇨병이 없던 사람이 임신 20주 이후에 당뇨병이 처음 발견되는 경우를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료받은 여성은 2003년 1만9799명에서 2012년 11만5646명으로 5.8배나 급증했다. 특히 비만한 여성은 아이를 낳은 후 당뇨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출산 전후 꾸준한 체중관리가 요구된다.

임신성 당뇨병 증상은 일반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혈액 내 혈당 수치가 올라 고혈당 수치를 보인다. 특별한 증세가 없다가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증가하면서 몸무게도 늘어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드물게는 당뇨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산모의 망막이 손상돼 잘 안 보이거나 신장이 손상될 수도 있다.

일부는 고혈압과 자간전증(임신중에 생기는 고혈압과 단백뇨 증세로, 산과적 질환 중 가장 위험한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임신성 당뇨병은 유전적 요인이 관여할 수 있다. 또 임신과 관련된 다양한 호르몬의 변화, 급격한 체중 증가 등 환경적 요인도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김수현 교수는 "임신 관련 호르몬의 점진적 상승과 산모 체중의 증가에 따라 제2형 당뇨병의 대표적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태아의 성장과 함께 인슐린 요구량이 증가한 상태에서 고혈당 상태에 이르면 췌장의 인슐린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당뇨병이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임신성 당뇨병은 태아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보통 4㎏ 이상의 거대아 분만 가능성과 저산소증, 대사성 합병증 등의 위험률이 높아진다. 또 양수 과다증이 동반될 수 있으며, 폐 성숙도 정상 태아보다 늦어져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을 확률 역시 커진다.

임신성 당뇨병 산모에서 태어난 자녀는 정상 산모에서 태어난 자녀보다 비만이나 당뇨 같은 질병이 발생할 확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4년에 첫아이를 출산한 여성 5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임신 전 비만이면서 임신성 당뇨병이 있었던 여성은 정상 여성보다 출산 후 8년 이내 당뇨병 발생 위험이 8배에 달했다.

또 임신성 당뇨병이 없었던 비만 여성도 8년 이내 당뇨병 발생 위험이 정상체중 여성보다 2.8배 높았다. 이는 산전 비만관리가 임신성 당뇨병 관리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임신성 당뇨병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철저한 식단관리가 필요하다.

식사량을 무조건 줄이기보다는 아이와 산모의 건강을 생각해서 균형 잡힌 식단을 끼니때마다 꼼꼼히 챙겨먹는 게 좋다.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또 적절한 운동도 필수다. 임신 초기에 유산 위험률을 줄이려고 운동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 습관이 지속되면 평균적인 몸무게를 벗어나 비만이 오게 되고 이로 인해 임신성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

김수현 교수는 "무리한 운동은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는 만큼 산책, 임산부요가, 아쿠아로빅처럼 몸에 무리가 덜 가는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됐다면 치료 혈당(㎎/㎗) 목표치는 공복시 95 미만, 식사 1시간 후 140 미만, 식사 2시간 후 120 미만이다. 우선적으로 식사요법을 시행해야 하지만, 식사요법만으로 혈당조절이 잘 안 되면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먹는 혈당강하제는 아직 임신부에 대한 안정성이 확립되지 않아 권장하지 않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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