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쓴 교육에 대한 책 ‘아이들은 누구나 엘리트가 될 수 있다’에 재미난 분석이 있었다. 사상체질로 사람을 나누면 소양인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반면 소음인은 소극적이고 과거 지향적이다. 그래서 소양인은 과거 자신이 말했던 얘기를 금방 잊어버리고 미래의 목적을 생각하는 반면, 소음인은 과거의 내용이 정리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문제는 엄마가 소양인이고 아이가 소음인인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엄마는 아이에게 온갖 간섭과 요구를 말한다. 눈에 보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그대로 표현한다.

아이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의견을 전한다. 소음인인 아이는 엄마가 하는 모든 얘기를 듣고 하나씩 정리해야 한다. 마음에 상처를 받으면 그 치유 없이는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런데 엄마는 쉽게 말한 것을 잊어버린다.

아이에게 실컷 퍼붓고 나서 ‘얘, 이제 지난 일은 다 털어버리고 같이 맛있는 것 먹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얘기하자’하고 제안한다.

그러나 소음인인 아이는 엄마가 말한 모든 것을 되새기면서 그것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맛있는 것 먹고 쉽게 떨쳐버릴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이 되면 아이 마음속에는 깊은 상처가 쌓여간다.

아이들 교육에 적극 개입하여 아이 미래를 계획하고 주도하는 부모들은 보통 크고 작게 가해자의 입장이 되기 쉽고, 이는 소양인 체질의 부모 역할과 비슷하게 간다.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의 적극적인 개입 속에서 피해자의 입장이 되기가 쉽다. 그리고 소음인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된다. 요즘은 입시에 관한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엄마들이 아이의 일정을 조정하고 아이의 계획을 대신 설계한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간다. 정체성의 형성과정은 부모가 모든 시행착오를 시뮬레이션 해 실패의 확률을 최소화하여 효율성을 추구하고 무결점의 상태로 성장시킬 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아이들이 소소한 일상 경험 속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성공의 경험 뿐 아니라 실패의 경험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부모의 과잉관심은 아이를 해친다. 특히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과잉관심은 아이의 성장을 가로막고 아이의 욕구를 억누르는 역할을 한다.

아이의 성장과정에서는 실패를 경험하고, 내면에서 그것을 교훈삼아 성장하는 피드백 시스템이 작동하게 되는데 어른이 지나치게 밀착방어를 할 경우 이 피드백 시스템이 망치게 된다.

우리 교육은 과잉관심과 관심부족의 두 가지 문제를 모두 가지고 있다. 중산층 이상은 아이에 대한 과잉관심으로 부모가 아예 아이 대신 진로결정과 학습계획을 짜는 일이 벌어지고, 또 많은 가정은 가족이 해체되어 꼭 필요한 관심마저 가져주지 않은 채 아이를 방치하여 문화적 결핍과 정서적 결핍을 함께 가져오고 있다.

공동체 속에서 아이를 키울 때는 자연스레 자아정체성이 형성되는 법이다. 즉 자신의 장점과 단점, 자신의 특성과 취미를 알게 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알며, 선배들의 성장과정을 자연스레 모델로 삼아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체가 사라진 지금, 그 자리를 부모의 관심으로만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학교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관점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시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학부모들의 건강한 참여를 이끌어 낸 혁신학교 사례가 충북의 일반 학교에서도 확산되어 다양한 학부모 참여 사례가 생겨나기를 희망한다.

김성근 충북도교육청 혁신기획담당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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