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숙 청주시 서원구 행정지원과 주무관

며칠 전 학창시절 친구와 서로의 주말일과를 물어보다 ‘일직’ 얘기가 나오게 되었다. 올해 공무원에 갓 임용된 친구는 ‘일직’이란 단어가 생소했는지 나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것에 대해 물어보았고 우리는 한참 동안 일직근무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도로 위 동물사체를 치우러 간 얘기를 들려주자 적잖이 놀란 친구는 평일근무가 주말까지 이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하물며 근무 강도마저 높다며 지레 겁을 먹었다.
친구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다 보니 문득 처음 일직근무를 하던 날이 떠올랐다. 숙직과 다르게 주말 또는 공휴일에 근무를 서는 일직이기에 평소 출근하던 시간과 비슷하게 집을 나서서 구청내 사무실이 아닌 당직실로 향했다. 맨홀뚜껑이 빠져있다는 신고민원, 죽은 고라니 치워달라는 민원, 행려자 귀향 여비 지급 등 민원의 종류는 다양했다.
일직 근무 경험이 그리 많진 않지만 그간의 근무를 토대로 많이 들어오는 민원사례와 그에 대한 대응방법에 대해 살펴본다면 단연, 불법주정차 민원에 대해 빼놓을 수 없다. 주말 및 공휴일엔 예식장 주변 교통 혼잡 지역에 한하여 특별지도단속 및 계도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주말이라 괜찮겠거니 하고 아무데나 주차를 하면 불법주정차 과태료가 부과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무인민원발급기 및 여권발급 관련이다. 휴일 및 공휴일에는 대면 민원업무가 중단되기 때문에 종종 급하게 민원서류가 필요한 민원인들은 무인민원발급기에 대한 문의를 하곤 한다. 이 때 답변 시 주의해야 할 점은 인감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류와 관련된 것이다. 무인민원발급기는 등·초본을 비롯한 71종 서류를 발급할 수 있으나 발급이 안되는 서류가 있다. 그중 하나가 개인 인감증명서다. 인감증명서는 재산상 민감한 서류이기 때문에 평일에 발급기관을 방문하여 본인확인 후 발급을 받아야 한다. 또한 가족관계서류는 대법원이 관장하기에 다른 서류와 발급시간대가 차이가 있다. 평일엔 08시부터 21시까지 가능하나, 일요일에는 발급 자체가 안되며 토요일은 오전 8시~17시 30분까지 발급이 가능하다. 급하게 서류 발급이 필요한 민원인에게는 민원 24(http://www.minwon.go.kr)에서 공인인증서를 통한 발급에 대한 안내도 덧붙이면 좋을 것이다.
아울러, 해외여행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인 요즈음, 여권발급시간에 대해 묻는 민원인도 많다. 청주 지역에서 여권 발급 업무를 담당하는 관공서는 4개 구청 중에 서원구청과 충북도청 두 곳이다.
주말의 경우, 일요일에는 여권 발급이 불가능하며 토요일에는 도청에서 09시부터 13시까지 여권발급이 가능하니 민원인들이 두 번 걸음 하지 않도록 업무 가능한 장소와 시간대를 정확히 전달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은 시민의 봉사자로서,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건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대응해야 할 책무를 지닌다. 물론 당직자들은 각자의 담당업무가 있기에 자신의 해당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 경우에는 아무래도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직민원처리 기준 매뉴얼에 따라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무엇보다 발 빠르게 현장에 출동하여 응급조치를 통한 초동대처를, 그리고 관련부서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긴급하지 않은 문제는 시민생활전망대에 게시 처리해야 한다.
응급실로 방문하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야간근무를 서는 의사가 있듯이, 적의 침투를 대비해 불침번을 서는 군인들이 있듯이, 85만명 청주시민의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불편 사항을 해결하고자 당직근무자들이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철주야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근무자가 분명히 있기에 청주시민 한명 한명이 오늘 하루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보며, 나 또한 첫 일직근무 할 때의 초심을 잊지 않는 공무원이 되자고 다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