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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새해 소망은 “북녘 땅에도 나무 한 그루 심게 되길”<송재국>
특별기고 - 새해 소망은 “북녘 땅에도 나무 한 그루 심게 되길”<송재국>
  • 동양일보
  • 승인 2015.11.2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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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국(청주대 교수)
▲ 송재국(청주대 교수)

인간에게 주어진 태초적인 동시에 최후적인 관심거리는 ‘인간 자신의 삶 자체’이다.
 인간의 생명적 존엄과 가치에 대한 탐구는, 그러므로 궁극적 진리에 대한 탐구의 대상인 철학적 주제가 되는 것이다. 천지로 대표되는 자연과 만물, 문화로 대변되는 인격적 삶의 방식, 종교로 수렴되는 인간의 영혼과 정신 활동 등은, 오롯이 ‘인간의 삶 자체’를 위해 기여하고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그 어떤 이유로도 인간은, ‘인간 아닌 그 무엇’을 위한 도구이거나 방편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중세 천년 동안 인간을 한낱 신의 장식물로 여겼었기에 오늘날 이성의 밝은 눈으로 그 때를 다시 보면서, 이를 암흑시대라고 규정한 것이고, 20세기 한 시절을 풍미했던 공산 사회제도는 인간을 단순한 물적 가치(노동가치)로만 재단하려고 강제하였기 때문에 21세기 생태적 신문명으로 계승되지 못하고 점차 사라지게 된 것이다.
 천하 만물이 모두 인간을 중심으로 그 존재 의의를 발휘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류의 스승 孔子의 인간중심 철학(현세주의 이념)은 동서고금을 관통하여, 이미 그 유용성이 거듭하여 공증되어 왔던 것이다. 이렇게 인간 중심으로 우주 만물의 존재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구도를 보다 단순화시키면 “天道(천지만물의 존재원리)와 人事(인간의 삶의 방식)간의 상호 생명적 관계구조”가 된다. 이 때 사람과 하늘이 서로 관계하는 상호 작용을 ‘서로간의 만남’이라 할 수 있으며, 그 만남이 질서 있게 잘 이루어지면 인간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고, 그 만남이 잘못되면(그것이 하늘의 탓이든 인간의 탓이든지를 막론하고) 인간은 불행해 지는 것이다.
 그런데 하늘은 눈이 없어 볼 수도 없고, 손발이 없어 움직이지도 못하며, 입이 없어 인간을 부르지도 못한다. 그러기에 인간이 하늘과 만나려면 인간과 하늘을 만나도록 주선하고 상호 교통시켜주는 중매자가 반드시 요청되는 것이니, 이 역할의 담당자가 곧 고대 사회에서의 무당이나 제관(祭官)으로서 이들이 바로 神의 대행자들이었다.
 동양의 고전에는 이러한 神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신의 대행자(神意의 전달자)에 해당하는 여러 상징물이 등장하고 있다. 그 중의 대표적 物相이 ‘바람(風)’과 ‘나무(木)’이다. 따뜻한 봄바람은 생명의 원천인 곡식을 싹틔우게 하고, 서늘한 가을바람은 곡식을 여물게 하여 인간의 먹거리를 제공한다. 참으로 바람은 하늘의 은총을 전해주는 고마운 神의 나들이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신이 행차하고 있음을 증거하는 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몸짓이다. 실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으면서, 바람 따라 춤추는 한 그루의 나무는 그대로 하늘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해주는 통신 중계탑이며 안테나인 것이다. 周易에서 나무(木)와 바람(風)을 상징하는 卦가 손괘(巽卦)인데 손괘와 진괘(震卦는 우레-雷-를 상징한다)가 上下로 이루어진 風雷益卦(풍뢰익괘)에는 ‘하늘이 베푸시는 은혜로운 뜻이 땅에서 만물의 탄생으로 이루어진다’(天施地生)라는 설명과 더불어, 이를 ‘木道乃行’(하늘의 뜻이 이에 이루어짐)이라 附言(부언)한 것은 이러한 사례이다.
 인류사에 등장하는 위대한 성인은 예외 없이 나무 아래에서 受命(수명)하고 得道(득도)하여 천하 만민과 상통하고 있음은 이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석가는 보리수(菩提樹) 나무 아래에서 득도하였고, 미래 부처인 미륵도 용화수(龍華樹) 나무로 내려오겠다고 예언하고 있다. 성경에는 감람나무와 포도나무가 그리스도 예수의 상징으로 표현되어 있고, 우리 민족의 시조인 檀君신화에는 천상의 환웅이 신단수(神檀樹:박달나무) 아래로 내려와 신시(神市)를 베풀고 있으며, 孔子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제자를 가르쳤다. (공자의 門徒가 공부하는 곳을 杏壇이라 하고, 한국 유학의 본산을 계승한 성균관 대학교의 상징이 은행잎인 所以도 여기에 있다)
 수년 전, 북한의 개성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연료가 부족한 북한 주민들이 온 산의 나무를 베어다 땔감으로 소진시켜, 온통 민둥산뿐이었다. 나무 한 그루가 없으면, 하느님의 축복이나 조상 신령님의 은덕이 이 땅에 어찌 내려올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그 안타까움을 풀어낼 수가 없었다. 소식에 의하면 세계평화의 전도사이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께서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라 한다. 평양 방문 기념으로 늠늠한 소나무 한 그루 심어놓고 오시면 진정 고마울 것 같다. 얼마 있으면 맞이할 새해 선물로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없을 성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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