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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52. 용서, 세상에서 가장 역설적인 말
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52. 용서, 세상에서 가장 역설적인 말
  • 동양일보
  • 승인 2015.11.3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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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敎會堂) 꼭대기

십자가(十字架)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鐘)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幸福)한 예수·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十字架)가 허락(許諾)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윤동주 시 ‘십자가’)

 

인간이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이 다섯 가지가 있다.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는 일, 남의 잘못을 용서하는 일, 나의 잘못을 인정하는 일, 남의 말을 듣는 일,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용서(容恕)는 상대의 잘못을 모두 받아들여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얼굴을 대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상대의 잘못을 받아들인다는 말 속에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이해심과 공감(共感)의 마음을 담겨 있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상대와 한 마음으로 느껴야 용서가 가능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신의 삶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사람을 용서하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상처를 주거나 배신한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용서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마하트마 간디는 “약한 자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강한 자만이 용서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하였는지 모른다. 힌두교 경전에는 이런 말도 있다. ‘용감한 사람을 보기 원하면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을 보라. 영웅을 보기를 원하면 미움을 사랑으로 되돌려 보내는 사람을 보라.’ 용서가 어려운 일이기에 용서의 가치를 강조하며 짚어준 말이 아닌가 싶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용서하고 잊으라 한다. ‘용서하지 않을 때 오래된 상처와 분에 매달리게 되고, 과거의 불행한 기억을 떠올리며 분노를 되새김질할 때 자기 자신의 노예가 되기 때문’(인생수업)이란다. 달라이라마는 ‘용서는 자신에게 베푸는 선물이니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용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용서’)

용서하지 못할 때 원한과 증오는 독이 된다. 진정으로 용서할 때 독이 제거되어 마음의 평안을 찾게 된다.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고, 신은 용서한다.’(알렉산더 포프) 하였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용서하는 마음은 신이 마음으로 다가가는 마음일 것이다. <청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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