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협 일군 ‘옥산 짱가’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집안 대대로 청주 옥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중에 토박이로 옥산에 관한한 제가 최고 전문가일겁니다. 오랜 기간 농민들과 ‘희로애락’을 같이하면서 어느 누구보다도 그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기에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모든 조합원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조상대대로 8대째 옥산 덕촌리에서 생활해 오고 있는 정환주(70·사진·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청주역로658·☏043-260-0080) 옥산농협 조합장은 옥산면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꿰고 있어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옥산짱가’로 통한다.

정 조합장은 1972년 청주 옥산농협에 첫발을 내딛은 후 청주농협과 오송농협 등을 거쳐 1997년 충북원예농협 상무로 퇴직, 25년간의 농협생활을 마감하고 고향 옥산에서 주민들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묵묵히 노력해 왔다.

그는 연어가 회귀하듯 농협퇴직 후 16년이 흐른 2013년, 옥산농협조합장 선거를 통해 다시 ‘농협맨’으로 돌아왔고 정장과 구두 대신 농협점퍼와 운동화를 신고 옥산전역을 누비며 농민들의 거친 손을 어루만졌다.
그 결과 옥산농협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옥산농협은 지역 대표 농산물인 애호박 육성을 위해 뿔뿔이 흩어져 있던 15개 작목반을 하나로 묶어 경쟁력 있는 옥산농협연합사업단을 구성했다. 이후 농산물 홍보와 판로확보 등에 집중한 결과 전국 애호박 물량의 30%를 점유하며 2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우수관리인증(GAP)도 받았다.

정 조합장은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3월 우수조합장으로 선정됐다. 이어 지난 7월에는 농협중앙회가 전국 농협 사무소를 대상으로 친절봉사, 인화단결, 사회공헌, 업무추진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우수 사무소에 시상하는 농협 최고의 영예인 ‘총화상’도 수상했다.
경제사업이 안정되자 신용사업도 동반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농협중앙회의 종합업적평가에서 전국1위 사무소로 선정됐고 상호금융 건전여신추진 우수, 고객만족 인증사무소 수상, 연체관리 우수 클린뱅크로 도약했다.
“농협은 농민을 위해 존재하고, 그 무엇보다도 농가소득을 높여 농민이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앞으로 경쟁력 있는 대체작목 개발로 농가소득을 최대한 끌어 올리겠습니다.”
 

지난 9월말 현재 옥산농협의 상호금융예수금은 전년 동기대비 105억4700만원 늘어난 837억3300만원으로 사업계획 대비 103.4%를 달성했다. 하나로마트사업 실적도 전년 동기대비 3억1400만원 증가한 24억1100만원으로 15% 성장했으며, 기타사업도 15.2%(4800만원) 늘어난 3억6300만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는 탄탄한 경제사업을 바탕으로 신용사업에 내실을 꾀하고 동반성장을 이룬 전략이 주효했던 것이다.
이밖에도 옥산농협은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매년 각종 영농자재와 농약판매가격 보전금 지원, 수도작농가 공동방제, 조합원 자녀 장학금 지급, 무료 건강종합검진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를 낸 정 조합장에게도 평생의 한으로 맺힌 한 가지가 있다. 명문 청주고를 나와 1966년 충북대학교 농대에 입학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늘 배움에 목말라했던 그는 올해 칠순의 나이로 농협대학교 산학경영학부 새내기로 입학했다. 늦깎이 대학생이지만 자식뻘인 동기들을 제치고 당당히 학기 내 전체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그의 학구열은 대단하다.

정 조합장은 “학문에는 끝이 없습니다. 대학졸업 후에도 대학원에 진학해 더욱 다양한 지식을 쌓아 농협과 농업, 농촌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옥산농협의 눈부신 성과는 직원들과 1600여 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의 작품”이라며 “현실에 만족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하는 ‘작지만 강한 농협’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오늘도 바지런히 움직이는 그의 발걸음엔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그의 뜨거운 열정이 묻어난다.  ▶글 조석준/사진 고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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