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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조선의 마지막 산군 그리고 ‘만덕’
일제 강점기 조선의 마지막 산군 그리고 ‘만덕’
  • 동양일보
  • 승인 2015.12.1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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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대호’
 

웰메이드 갱스터 영화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이 차기작으로 ‘대호’(大虎)를 들고 나왔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감독의 말처럼 단순하다. 호랑이와 호랑이 사냥꾼의 이야기다. 살을 더 붙이자면 조선시대 마지막 호랑이 ‘대호’와 그를 쫓는 조선시대 사냥꾼들의 이야기다.
‘대한민국’에 사는 그 많던 호랑이는 언제, 왜 사라졌을까. 일본 강점기 때 일제가 주민과 가축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1910~1920년 표범, 곰, 늑대 등과 함께 호랑이를 ‘해수’(해로운 짐승)로 간주하고 대대적인 구제사업을 벌였기 때문.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호랑이를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1915년 눈 덮인 지리산의 한 자락,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최민식)은 근 1년여 만에 호랑이 사냥에 성공한다. 그는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사냥꾼. 사정거리가 54m에 불과한 화승총을 사용한다. 화승총은 격발 후 재장전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사냥감의 심장을 ‘일발필중’ 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냥꾼이 당할 수 있다.
만덕은 먹고 살 만큼만 사냥하고 그 이상의 살생을 자제하는 당시 사냥꾼의 철학을 고수하는 유일한 사냥꾼이기도 하다. 이날 호랑이 사냥은 만덕과 지리산의 ‘산군’(山君)이라고 불리는 대호에게 닥칠 운명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25년. 일제의 호랑이 구제 사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지리산의 산군은 영민해서 쉽사리 잡히지 않는다.
일본군 고관인 마에조노(오스기 렌)는 그 지역을 담당한 조선인 출신 일본군 장교 류(정석원)에게 대호를 얼른 잡도록 다그친다.
류는 당시 조선인 포수대를 이끌던 구경(정만식)을 재촉하고, 구경은 결국 만덕을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만덕과 구경, 그리고 또 다른 사냥꾼인 칠구(김상호)는 한때 지리산을 누비며 같이 사냥했던 동료였다.
만덕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현재 사냥을 포기하고 아들 석(성유빈)과 단둘이 약초를 캐며 살아가고 있었다. 만덕은 구경의 제안을 거절하고, 포수의 피가 들끓는 석은 아버지의 그런 결정에 불만을 품는다.
결국 석은 포수대에 들어가 대호 사냥에 동참하며 영화는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영화는 사냥꾼과 사냥감의 관계로 공존이 불가능해 보이는 대호와 만덕을 닮은꼴로 그리고 있다.
이 둘은 누군가의 아들(새끼)이자 누군가의 아비이고, 동물의 목숨을 취해 연명해가는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훈정 감독은 이 둘을 “시대와 불화, 마찰하는 존재”라고 규정했다. 그는 “자연과 사람이 서로 존중하며 공존했고 예의를 지켰던 시대는 일제로 대변되는 욕망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종말을 맞는다”며 “시대가 강요한 욕망에 끝까지 맞섰던 만덕과 대호의 선택, 그리고 그 둘의 닮은 운명을 따라가며 관객들이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대호 역시 만만치 않다. 100% CG(컴퓨터그래픽)로 구현됐음에도 생동감이 넘친다. ‘산군’으로서 위엄이 스크린 밖으로까지 뻗어나간다.
139분. 12세 이상 관람가.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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