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항 옥천경찰서 수사과 형사팀장

 

술을 마시고 제복을 입은 공무원들의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사범들을 보고 있으면 영화 속 초록괴물인 헐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취상태에서 술의 힘을 빌려 상습적으로 서민 또는 가족들에게 폭행, 협박을 일삼고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관이나 또는 이들을 도와주려는 구급대원들에게 조차 폭행을 일삼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진정한 헐크라 할 것이다.

‘헐크’, 국내에서도 유명한 어벤져스란 영화 속 캐릭터다. 영화에서 헐크는 분노를 일으키면 일명 초록괴물로 변해 아군이든 적군이든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고 공격한다. 심지어 주변에 있는 기물까지 손에 잡히는 대로 부숴 버리는 무시무시한 캐릭터다.

과거 우리는 이런 헐크들에게 너무도 관대 했던 것이 사실이다.

“술을 마시고 취했으니 그럴 수도 있다. 얼마나 힘들면 저렇겠나.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사회분위기와 술 문화에 관대했던 사회 풍토가 그동안의 헐크 양성에 좋은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용서받은 헐크들은 자연스럽게 내성이 생겨 갈수록 심해지게 되었다. 최근 들어 인권의 중요성을 모토로 하는 사회적 풍토에 어울리려는 듯 헐크들도 자신들의 인권이 중요하다고 아우성치는 모습들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란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며칠 전 옥천 관내에 공무집행 방해 사범이 현행범으로 체포 되어 왔다.

그 현행범은 진정한 헐크가 되어 체포된 후에도 경찰관에게 온갖 욕설을 퍼 부었다. 그는 결국 유치장으로 가는 행운(?)을 누려야 했다. 그런데 그 행운이 부족했던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때 헐크 아저씨는 대부분의 자신의 행동을 부인하고 진술을 거부했다. 그러나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판사 앞에 가서는 순한 양이 되어 모든 사실을 시인하고 “경찰관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는 내용을 들었다.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시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이때에 어설픈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우리가 위험해지는 일이 다반사인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더 이상의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인식이 바뀔 시대가 온 것이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2011년~2015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사람은 6만 7000여명이다. 그 중 구속된 사람은 4800명으로 10%도 안 되는 결과를 낳았다.

더 이상 이러면 안 된다. 공무집행방해 사범들에게 엄정한 법적 책임이 뒤 따를 때 다른 사람들에게도 ‘선제적 심리억제효과’가 생성되는 것이다.

지난 3월 17일 검찰과 경찰은 술을 마시고 제복을 착용한 공무원들에게 멱살을 잡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등의 유형력을 행사하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천명했다.

이처럼 ‘관대함’ 보다는 ‘엄중한 법적 처벌’이 있어야 제복 입은 공무원의 위상이 바로 세워질 것이다. 그로 인해 사회 안전과 국민의 기초질서가 바로 서고, 국민이 공권력을 바라보는 신뢰감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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