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수 충청북도교육청 공보관실 주무관

 

지난해 12월말 새해를 앞두고 ‘DeSeCo 프로젝트’란 용어에 대해 궁금했다. 이 용어가 김병우 교육감 신년사 서두에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블로그, SNS 등을 통해 정보도 검색하고, 이미 방영한 EBS 기획프로그램도 다시 봤다.

‘DeSeCo(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es) 프로젝트’는1997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주창했다. 'DeSeCo'는 미래 사회에서 개인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3대 핵심 역량 범주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에는 ‘도구의 지적 활용(Use tools interactively)’, ‘사회적 상호작용(Interact in heterogeneous groups)’, ‘자율적 행동(Act autonomously)’ 등이 포함된다.

때마침 지난해 12월에 이미 방영한 EBS 다큐프라임 교육대기획 ‘시험’은 이 프로젝트를 자세히 이해시켜 줄 절호의 기회였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시험’이라는 사회 현상의 측면에서 접근한 6부작 다큐멘터리다. 교육의 목표가 그저 좋은 성적표를 받아오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 중 5부 ‘누가 1등일까’는 수능 만점자도 있고, 각 분야에서 성과가 있던 사람도, 수능 0점을 맞은 사람까지 19살 동갑내기 9명이 자신의 이름과 배경을 비밀로 하고 모여 OECD에서 개발한 역량 평가 모델인 ‘DeSeCo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험을 치르는 과정을 담는다.

문제 해결 과정을 모니터로 관찰하던 전문가들이 어떤 학생을 선택하는지 지켜보고 진정한 1등의 기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게 해줬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갖고 있는 도구의 지적 활용 역량은 탁월하다.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0 한국청소년 핵심역량 진단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언어적 소양과 수학적 소양은 조사 대상국 22개 국가 중 각각 1위와 2위였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도구의 지적 활용 역량 부문에서 한국 학생들은 종합 2위를 차지하였다. 실생활에 필요한 도구(말하기, 셈하기 등)를 활용하는 능력이 그만큼 탁월하다는 얘기다. 즉, 공부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머지 두 개의 역량은 형편없었다. 이질적인 집단 안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은 종합 21위로 최하위권 이었다. 타인과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감하고 토론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집단지성(集團知性)에 기여하는 공동체성도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자질들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셈이다.

그나마 자율적 행동 역량은 18개 국가 중 종합 7위에 머물렀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순위다. ‘자율적 행동’은 말 그대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역량이 그나마 중위권에 있다는 것은 아이들이 ‘닥공(닥치고 공부)’을 강요하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나름대로 스스로 성찰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 EBS 다큐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잘못된 평가방식으로 사람을 평가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평가방법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토익은 몇 점인지 스펙은 어느 정도 되는지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게 좋은 평가방법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사회는 여전히 소위 스펙을 갖춘 사람을 인재상으로 요구한다. 이번 다큐를 보고 ‘DeSeCo 프로젝트’는 입시제도, 인사채용제도의 평가방식을 고민하게 하고, 정말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평가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즉, ‘DeSeCo 프로젝트’는 앞으로의 교육이 ‘공부가 다 아니다’라는 것을, 앞으로의 사회가 말하는 인재가 어떠한지 조금은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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