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소련 체스 천재간 대결 실화… 승자는?

(연합뉴스)그의 어린 시절 미국은 ‘메카시즘’이라는 ‘빨갱이 색출’에 몸살을 앓았다.

그의 청년 시절엔 총·포를 서로에게 안 쐈을 뿐 미국은 소련과 경제, 스포츠, 과학 등 분야를 막론하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른바 ‘냉전’(Cold War)의 시대였다. 소련이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자 미국은 부랴부랴 우주개발에 뛰어들어 1969년 아폴로 11호를 달에 보내는 식이었다.

그가 드디어 체스 세계챔피언을 꺾을 기회를 얻었을 때인 1972년엔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발을 빼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고, 당시 대통령인 닉슨은 막 불거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본격적인 곤욕을 앞두고 있었다.

미국의 위대한 체스 선수 바비 피셔(1943∼2008)의 삶과 체스 챔피언 도전기를 다룬 영화 ‘세기의 매치’(원제: pawn sacrifice)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사적 배경이다.

바비 피셔는 6세에 체스를 두기 시작해 13세에 미국 체스계를 제패하고 15세에 최연소 그랜드 마스터 타이틀을 획득한 체스계 신동이었다.

그는 1962년 소련 선수들이 일부러 져 자국 선수들에게 점수 몰아주기를 한다고 주장하며 돌연 국제무대에서 은퇴한다.

1970년 복귀한 바비 피셔는 각국의 체스 고수들을 물리치고 1972년 세계 챔피언 보리스 스파스키와 ‘세기의 대결’을 펼친다. 스파스키는 1969년부터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던 소련의 ‘체스 황제’였다.

이 세기의 대결에서 승자는 누구일까.

체스는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말을 두는 것이지만 이 두 사람의 뒤편에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간 자존심 대결이 자리 잡았다.

영화는 바비 피셔 대 보리스 스파스키라는 두 체스 천재간 대결을 미·소 냉전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 놓는다.

우선 영화는 바비 피셔의 망상적 편집증을 그가 체스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를 헤아리다가 점차 광기에 빠진 것으로 그린다. 하지만 또한 영화는 바비 피셔가 헨리 키신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하고 스파스키와 그의 코치가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언급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바비 피셔의 편집증을 개인적인 광기로 한정해 해석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이 둘의 대결은 ‘체스판 위의 3차 대전’이었던 셈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폰의 희생(pawn sacrifice)이다. 폰은 장기로 치면 ‘졸’에 해당한다. 영화 제목에서 ‘폰’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2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15분.

체스판 위의 ‘3차 대전’

미국·소련 체스 천재간 대결 실화… 승자는?

그의 어린 시절 미국은 ‘메카시즘’이라는 ‘빨갱이 색출’에 몸살을 앓았다.

그의 청년 시절엔 총·포를 서로에게 안 쐈을 뿐 미국은 소련과 경제, 스포츠, 과학 등 분야를 막론하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른바 ‘냉전’(Cold War)의 시대였다. 소련이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자 미국은 부랴부랴 우주개발에 뛰어들어 1969년 아폴로 11호를 달에 보내는 식이었다.

그가 드디어 체스 세계챔피언을 꺾을 기회를 얻었을 때인 1972년엔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발을 빼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고, 당시 대통령인 닉슨은 막 불거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본격적인 곤욕을 앞두고 있었다.

미국의 위대한 체스 선수 바비 피셔(1943∼2008)의 삶과 체스 챔피언 도전기를 다룬 영화 ‘세기의 매치’(원제: pawn sacrifice)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사적 배경이다.

바비 피셔는 6세에 체스를 두기 시작해 13세에 미국 체스계를 제패하고 15세에 최연소 그랜드 마스터 타이틀을 획득한 체스계 신동이었다.

그는 1962년 소련 선수들이 일부러 져 자국 선수들에게 점수 몰아주기를 한다고 주장하며 돌연 국제무대에서 은퇴한다.

1970년 복귀한 바비 피셔는 각국의 체스 고수들을 물리치고 1972년 세계 챔피언 보리스 스파스키와 ‘세기의 대결’을 펼친다. 스파스키는 1969년부터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던 소련의 ‘체스 황제’였다.

이 세기의 대결에서 승자는 누구일까.

체스는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말을 두는 것이지만 이 두 사람의 뒤편에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간 자존심 대결이 자리 잡았다.

영화는 바비 피셔 대 보리스 스파스키라는 두 체스 천재간 대결을 미·소 냉전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 놓는다.

우선 영화는 바비 피셔의 망상적 편집증을 그가 체스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를 헤아리다가 점차 광기에 빠진 것으로 그린다. 하지만 또한 영화는 바비 피셔가 헨리 키신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하고 스파스키와 그의 코치가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언급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바비 피셔의 편집증을 개인적인 광기로 한정해 해석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이 둘의 대결은 ‘체스판 위의 3차 대전’이었던 셈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폰의 희생(pawn sacrifice)이다. 폰은 장기로 치면 ‘졸’에 해당한다. 영화 제목에서 ‘폰’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2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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