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 ‘아티스트프로젝트’ 2월 21일까지 창작센터서 선보여 안가영·오완석·구수현 등 실험적 작가들의 아름답고 경이로운 다양한 작품 전시

(동양일보 김재옥 기자)과학기술과 예술의 색다른 협업이 펼쳐진다.

대전시립미술관 ‘프로젝트리뷰 2015:아티스트프로젝트’가 오는 2월 21일까지 대전창작센터에서 열린다.

‘아티스트프로젝트’의 아티스트(ArtiST)는 ‘Art in Science & Technology’의 약자로 과학기술을 예술적 실천에 매개이자 과정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전시 작가들은 과학기술과 예술의 협업가능성을 타진하고 과학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 다양한 창작활동을 시도했다. 과학기술과 예술의 협업 가능성을 열고 ‘과학예술’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 프로그램 기간 동안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한 안가영·오완석·구수현씨의 작품을 미리 만나보자.

인터넷 운세부터, 심심풀이 운명론까지, 평소 광범위한 ‘사이버-미신’이 우리 생활을 재정의한다는 부분에 집중한 안가영 작가는 게임이 가진 규칙을 교묘하게 변용해 ‘게임이지만 게임이 아닌 게임’을 작업으로 끌어내 왔다.

▲ 안가영 작가의 '케미컬 댄스-탄소편'

그는 특히 게임의 필연적이거나 우연적인 법칙들을 통해 놀이의 경기방식 안에 들어 있는 사회의 모습과 그 사회 시스템 안에서 우리가 겪는 현상들을 회화적이며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번 작품 ‘케미컬 댄스-탄소편’은 이전에 그녀가 해왔던 디지털 게임의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사람을 현실 공간과 가상의 설정이 혼합되어 있는 분자구조식 형태의 게임판에 ‘말’처럼 배치한다.

매력적인 특성을 가진 원소들이야 많지만 이번 퍼포먼스의 주인공인 탄소는 탄소끼리 혹은 다른 원소와의 결합을 통해 다이아몬드부터 흑연, 다르게는 단백질까지 다양한 성질로의 변신을 꾀할 수 있다. 화면에 나오는 ‘탄소사람들’은 각각, 작가가 만든 수상한 게임의 캐릭터가 되어 운동성을 가지고 분자로 결합되기도 하며 탄소처럼 화학적 성격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케미컬 댄스-탄소편’은 탄소사람이라는 말로 등장하는 플레이어들의 필연적이거나 우연적일 수 밖에 없는 감정을 바탕으로 집단이 벌인 게임이다. 그 결과를 작품으로까지 활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게임 개발자, 즉 작가의 숨겨진 의도를 면밀히 관찰할 수 있다.

▲ 오완석 작가 작품.

오완석 작가는 주위에 오브제를 이용하거나, 종이를 오리고 붙이는 소소한 행동들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찾아 존재의 있고 없음 사이에서 ‘경계’와 ‘일순간 변화하는 인식’을 이야기한다. 이번 설치작품은 작가가 만든 규칙 안에서 반복되어 쌓인 조밀한 블록 구조물과 소리다.

작가는 초음파에 소리를 실어 내보내는 동시에 그 소리가 바깥으로 나갈 수 없게 구조물로 꽁꽁 둘러쌌다. 탈출을 시도하는 소리와 그리고 그 소리의 행방을 찾는 우리의 위치에 따라 이 빈 공간은 변화한다.

오씨의 작품은 자신을 예술 오브제로 규정지어주는 기존의 받침대(좌대)를 벗어나 소리를 바닥으로 내려 보냄으로써 공간을 작업 안으로 포함시켰다. 블록 구조물을 바깥에 두고 소리공간을 표현한 오완석은 음향의 장소적 요소를 고려하여 선택한 소재, 초음파 소리를 통해 작품 스스로가 거대한 악기가 될 수 있게 했다.

또 공간 그 자체를 재료로 정해두고, 음향을 설치함으로써 실제로는 시각적인 공간이 전혀 변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간이 변한 것으로 느껴지게끔 한다.

▲ 구수현 작가 작품.

구수현씨의 작업은 예술과 일상의 구조 안에서 변환된 문맥을 보여준다. 마주보는 두개의 형광등과 확성기를 통해 필요 이상으로 과잉된 빛에너지와 소리에너지를 만들어 냈으며, 이러한 잉여에너지의 축적을 계기판으로 보여주는 작업으로 진행한다.

이 같은 에너지들의 생성과 축적은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야기되고 있다.

구 작가는 잉여에너지의 생산과 축적의 과정을 ‘비생산적인 소비’ 형태인 설치작품으로 드러내고 있다. 작업 시리즈에서의 에너지는 인간 내면의 어떤 열망과 욕망을 대변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경험하고자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빛이 빛을 향하고, 소리가 소리를 마주하는 상황들은 에너지가 서로 교차하고, 부딪히고, 쌓여가는 상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연출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축적으로 인한 긴장, 잉여의 상태, 소모에 가까운 비생산적인 소비들이 일어나기를 유도한다.

문의=☏042-270-7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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