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정 공주시 금학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직

 

영하권을 맴도는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늘이다. 오늘같이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날이면 남들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내는 나는 지방직 사회복지 공무원이다.

국가의 성장만큼 국민들의 생활수준도 성장한 오늘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 아니 보이는 곳에도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복지 대상자들이 있다. 그런 분들을 찾아 오늘도 나는 겉옷을 여미며 가가호호 방문을 시작한다. 역시나 방은 냉골이다. 할머니는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하며 추운 밤을 지내셨다. 식사는 하셨는지 따듯한 물은 나오는지 몸이 아픈 데는 없는지 여쭈어본 후 서둘러 집을 나선다. 오전 출장 시간 안에 방문해야 할 가구가 10가구이다.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사 1인당 방문하고 관리해야 할 주민 가구 수는 최소 200에서 최대 400가구 정도 된다.

방문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오전에 방문했던 할머니에게 가장 시급한 난방문제 해결을 위해 공문을 찾아본다. 난방비 지원 사업이 있는지 독거노인들을 위해 후원해주실 만한 분이 있는지… 그러나 그러기도 전에 찾아온 복지민원인들과 상담을 한다. 전화도 쉴 새 없이 울려댄다. 찾아오신 복지대상자도 전화주신 복지대상자도 모두들 해결하지 못한 욕구를 위해 이것저것 상담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 가까워진다. 오늘도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책상위에 수북이 쌓여있다. 집에서는 아이들이 엄마의 퇴근시간을 물어온다. 이럴 때면 내가 왜 이런 사회복지사가 되었는지 후회가 밀려온다.

며칠 전 부평에서 자신의 친아들을 살해한 사건 때문에 세상이 떠들썩하다. 여지없이 질타를 받는 건 관할 동사무소 사회복지 공무원이다. 초등학교 측의 장기 결석자에 대한 확인 요구를 두 차례나 묵살했기 때문이란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마음이 착잡하다. 학교 측의 요구에 즉각적인 반응을 했다면 혹시라도 그 아이를 살릴 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과 그런 요구를 받고도 묵살할 수밖에 없었던 공무원의 마음. 모두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나는 복지에 대한 현실과 제도의 괴리 그 사이에 서 있는 듯하다. 민간영역의 사회복지처럼 자유롭고 적극적이지 못한 게 공공영역에서의 제도적 복지이다. 제도적 복지를 시행하는 사회복지 공무원은 실제적인 도움이 필요함에도 제도적 제약과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들을 본다. 그럴 때이면 마음이 너무 아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나는 주민센터 문을 나간다. 왜냐하면 그들을 위한 긴급복지와 다양한 민간 영역의 복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언제든 여러분들을 도울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어서 가까운 주민센터 문을 두드리세요.” 나는 충남 공주시 지방직 사회복지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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