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택에 남겨진 두 여성 섬세한 감정 묘사

(연합뉴스)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대저택에 사는 안나(쥘리에트 비노슈)에게 어느 날 아들 주세페의 여자친구인 잔(루 드 라쥬)이 찾아온다.

남자친구인 주세페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며 불안한 기색을 보이는 잔. 안나는 부활절에 아들이 집으로 오기로 했다며 잔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영제 The Wait)은 남은 자들의 깊은 상실감을 섬세하게 묘사해 관객들의 보편적인 정서에 소구하는 영화다.

두 여인은 ‘남은 자’들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들이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남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관객들은 그저 추측할 뿐이다.

‘말하기’(telling)가 아닌 ‘보여주기’(showing) 이야기 전개 방식이 주를 이루면서 관객들은 추측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밖에 없다.

대사와 대사 사이의 긴 여백, 반복적으로 내비치는 여러 암시를 통해 어렴풋하게 사건의 내막과 영화적인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한다.

영화는 상실과 아픔의 감정, 그리고 기다림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은 이들이 공유하는 상실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묘한 긴장감을 풍기면서도 잔과 안나가 시칠리아의 수려하고 아름다운 풍광 아래 고요하게 친밀감을 쌓아가면서 영화는 긴장과 이완을 반복한다.

극 중에서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두 여인이 눈빛으로 서로 감정을 교환하면서 진실이 드러날 뿐이다.

다만, 두 여자의 감정적 공유라는 관람 포인트를 놓친다면 영화는 심히 지루할 수 있다.

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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