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 피해자들 넋 위로

(연합뉴스)1943년 경남 거창의 한디기골에 사는 정민(강하나)은 천진난만하고 풋풋한 열 네 살 소녀다.

정민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일본군에 이끌려 영문도 모른 채 정든 고향과 가족의 품을 떠나게 된다.

전국 각지에서 온 꽃다운 나이의 여성들이 기차에 실려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간다. 정민은 기차 안에서 한 살 터울의 언니 영희(서미지)를 만난다.

제2차 세계대전, 차디찬 전장 한가운데인 목단강 위안소에 버려진 이들은 잔혹하고 성욕에 굶주린 일본군들에게 몸과 마음을 짓밟힌다.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극영화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야기 전개 방식을 썼다.

영화는 백발이 성성한 70대 노인이 된 영희(손숙)의 뼛속 깊이 사무친 한과 아픔을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아울러 영희가 신녀 은경(최리)을 통해 고통스러운 과거를 치유하는 과정이 동시에 그려진다.

영희는 위안소에서 겪은 고통스러운 과거와 아물지 않는 상처를 감춘 채 묵묵히 살아간다. 치욕스러운 과거를 감추고자 이름마저 영희에서 영옥으로 바꿨다.

위안소에서 둘도 없는 친구이자 동생이었던 정민의 죽음을 잊지 못하는 영희는 신녀 은경을 통해 과거의 정민과 조우한다.

은경은 타향에서 죽어간 위안부 피해자 소녀들의 넋을 모시는 귀향 굿을 펼치면서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영화는 제국주의와 일제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데 치중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채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데 연출 의도가 있는듯 하다.

2월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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