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에게 컴퓨터인 ‘알파고’(AlphaGo)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세돌 9단은 이 도전을 받아들여 다음 달 9일부터 한국에서 알파고와 5번기를 펼치기로 했다. 이세돌 9단이 5판을 모두 이기면 100만 달러(약 12억원)의 상금을 받는다.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사(社)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인간의 두뇌처럼 사고하는 인공지능은 있지만, 손이 없어서 바둑알을 놓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세돌 9단이 사이버 바둑 게임처럼 마우스로 클릭하며 바둑을 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방식과 장소에 대해 구글은 오는 22일 한국기원에서 발표하겠다고 15일 공지했다.

일단은 모든 대국을 유튜브에서 생중계한다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알파고가 인간 프로기사와 겨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 방식도 이전 대국의 큰 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는 작년 10월 유럽바둑 챔피언 출신인 중국계 프로기사 판후이 2단과 5번기를 벌여 5판을 모두 이겼다.

인공지능이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기사와 대등하게 경기해 승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사건은 세계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에 지난달 28일 게재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알파고와 판후이와의 대국에는 영국바둑협회 간부인 토비 매닝이 심판으로 배석했다.

딥마인드는 보통의 바둑 대회와 다를 바 없이 최대한 자연스러운 대국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했다.

즉, 바둑판 위에서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대국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컴퓨터로 두는 바둑은 바둑판에서 두는 바둑과 똑같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딥마인드의 직원이자 영국바둑협회 회원인 아자 황 5단이 알파고의 ‘손’ 역할을 했다.

아자 황 5단은 작은 모니터를 보면서 알파고가 원하는 자리에 바둑돌을 대신 놓았다. 그리고 판후이가 놓는 수를 컴퓨터에 입력하며 ‘눈’ 역할도 대신 했다.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러시아의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와 대결해 이겼을 때도 딥 블루 측은 엔지니어를 내세워 컴퓨터를 보면서 체스를 두게 했다.

바둑 경기답게 시간제한도 설정했다. 알파고와 판후이는 오전과 오후에 각각 5번의 대국을 펼쳤다. 오전은 공식 경기, 오후는 비공식 경기였다. 오전 경기는 제한시간 각자 1시간에 30초 초읽기 3회씩 주어졌고, 오후 경기는 제한시간 없이 30초 3회의 초읽기 규칙만 있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각자 1시간에 30초 초읽기 3회씩의 시간제한이 기전에서 아주 생소한 규칙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대회에서 이와 비슷한 규칙이 발견된다. 지난해 열린 한·중·일·대만 국제대학생바둑대회는 제한시간 45분에 30초 초읽기 3회 규정을 적용했다. 2014년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는 제한시간 각자 1시간, 3회의 30초 초읽기를 제공했다.

시간제한은 대회마다 다르다. 최근 막을 내린 세계기전인 삼성화재배의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가 5회씩이었고, LG배의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에 40초 초읽기 5회씩이었다.

물론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의 시간 규정은 판후이 때와 다를 수 있다. 구글과 한국기원은 철통 보안 속에서 세부 규칙을 협의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인간의 자존심을 걸고 알파고의 도전을 받아들였고, 딥마인드는 알파고로 인공지능 발전의 이정표를 찍으려는 목표가 있다. 그만큼 어느 한 쪽만 불리함을 겪는 일이 없도록 초단위 시간 규정을 설정해야 한다.

대국은 3월 9일 제1국을 시작으로 10일 2국이 이어지고, 3국은 12일, 4국은 13일, 5국은 15일 차례로 열린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