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나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시신 작업처리반 이야기

(연합뉴스)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의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수백만명이 무참히 살해됐다. ‘아우슈비츠 이후에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세계사적인 비극이었다.

그런데 그 많은 시신을 누가 어떻게 처리했을까. 여기에는 유대인 학살만큼이나 비인간적인 또 다른 만행이 존재했다.

영화 ‘사울의 아들’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시신을 처리하기 위한 비밀 작업반이었던 ‘존더코만도’의 입장에서 홀로코스트의 참혹함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수많은 사람이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가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한 탈의실.

독일군은 이들에게 일단 샤워를 하고 나면 좋은 음식을 주겠다고 말한다. 샤워 후 자기를 찾아오라는 말도 덧붙인다.

남녀 구분없이 이들이 샤워실에 들어가자 문이 닫힌다. 그리고 곧 비명이 들린다. 이곳은 그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가스실이었던 것이다.

한 차례 학살이 끝나자 ‘존더코만도’가 투입된다. 등에 붉은색 ‘X’자 표시가 된 옷을 입은 이들은 가스실에서의 만행이 끝나면 뒤처리를 맡았다.

존더코만도의 일원인 사울(게자 뢰리히)은 여느 날처럼 작업하다가 아들의 시신을 발견한다.

아들만큼은 유대법에 따라 제대로 장례를 치러주고 싶었던 사울은 시신을 빼돌리고 죽은 아들을 위해 기도를 해줄 랍비를 찾는다. 사울의 계획은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난다. 아들 장례일에 존더코만도의 몇몇이 봉기를 거행하기로 한 것. 사울의 사정을 모르는 동료들은 그를 봉기에 끌어들이면서 사울은 아들 장례와 나치에 대한 봉기 사이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영화는 라즈로 네메스 감독이 10년 전 존더코만도의 증언이 기록된 ‘잿더미로부터의 음성’이라는 책을 접한 것이 계기가 돼 제작됐다.

‘특별 임무’라는 의미의 독일어인 ‘존더코만도’(sonderkomma

ndo)는 수용소 재소자로 구성돼 학살의 뒤처리를 담당한 특별 작업반을 말한다. 이들은 생명의 위협 때문에 동족의 학살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학살에 가려진 또 다른 비극이다.

물론 이들이 직접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시체를 태우고, 유골을 강에 버리고, 죽은 이들이 남긴 귀중품을 수거하는 등 살인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해야 했다.

이들은 이런 일을 수행한 대가로 비교적 나은 대우를 받았지만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다. 나치가 아우슈비츠의 만행이 다른 곳에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고 3∼4개월마다 존더코만도들을 죽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입 존더코만도의 첫 업무는 전임자의 시신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아우슈비츠의 존더코만도는 1944년 봉기를 일으켰다. 여성 수감자들이 인근 공장에서 몰래 들여온 화약으로 화장터 한 곳을 파괴하기도 했다.

영화는 이 아우슈비츠에서 존더코만도의 반란을 배경으로 아들의 장례를 치르려고 온갖 고초를 겪는 사울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2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1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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