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남자에게 납치돼 7년간 살아온 모자의 탈출기

(연합뉴스)한 소년이 있다. 이제 막 5살이 됐다. 그의 세계는 가로·세로 3.5m의 작은 방이다. 그는 이 방에서 나고 자랐다.

이 방에는 의자, 테이블, 옷장, 세면대, 카펫, TV, 변기 등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있다. 그리고 엄마가 있었다.

영화 ‘룸’에서 잭(제이콥 트렘블레이)이 처한 상황이다. 잭의 엄마 조이(브리 라슨)는 17살 때 낯선 남자에게 납치돼 이 방에 갇혔다. 그후 7년이 흘렀다. 그 사이 아들 잭이 태어났다.

영화는 초반부에 두 모자가 이 방에서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밥을 해먹고 이쪽 벽에서 다른 쪽 벽으로 달리며 운동하고, 저녁에 욕조에서 같이 목욕하고 때가 되면 잔다. 필요한 물건은 일요일에 낯선 남자 닉(숀 브리저스)이 가져다준다.

작은 방안에는 또 다른 ‘룸’이 있다. 옷장이다. 닉이 올 때면 조이는 잭을 옷장에 재운다. 아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이기도 하고, 또 닉이 아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게 하려는 조처이기도 하다.

어느 날 호기심에 옷장 밖으로 나온 잭은 닉의 눈에 띄게 된다. 조이의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조이는 ‘룸’을 떠나야 할 때가 됐다고 결심하고, 탈출을 단행한다. 우여곡절 끝에 두 모자는 ‘룸’에서 벗어나 진짜 세상으로 귀환한다.

영화 ‘룸’은 2008년 오스트리아의 ‘요제프 프리츨 사건’을 바탕으로 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이 사건은 요제프 프리츨이라는 한 남자가 24년간 친딸 엘리자베스를 지하실에 감금, 성폭행한 사건이다.

엘리자베스는 18살에 나이에 특수 보안장치로 외부와 격리된 지하실에 살며 자녀 7명을 낳았다.

이중 당시 나이가 가장 많은 딸이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요제프 프리츨의 엽기적인 범죄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소설 ‘룸’에서 작가 엠마 도노휴는 이 사건의 자극적인 요소를 탈색하고 모성애와 생존본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고 한다.

엠마 도노휴가 각색에 참여한 영화는 두 모자가 ‘룸’ 안에 있을 때보다 ‘룸’에서 탈출하고 나서 벌어진 일에 무게중심을 뒀다.’

물리적으로 ‘룸’을 벗어났지만 여전히 또 다른 ‘룸’에 갇혀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조이는 7년이라는 세월동안 홀로 정체돼 있어 그와 세상간에 있는 7년의 간극을 따라잡아야 한다.

아들 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잭에게는 ‘룸’이 세상 전부였다. 조이는 아들이 ‘룸’에서의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어렸을 때부터 ‘룸’만이 진짜 세계인 양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두 모자에게 또 한 번 ‘룸’을 탈출해 진정으로 세상으로 다시 복귀해야 하는 과제가 놓인 셈이다.

지독한 비극이 비극적으로만 관객에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이야기가 아들 잭의 관점에서 진행돼서다.

특히 잭을 연기한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보여준 천진난만함은 영화가 주는 감정의 폭을 한층 넓혀준다. 비극을 넘어선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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