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도 가족도 없이 홀로 떠도는 삶을 그린 감성무비

(연합뉴스)친구도, 가족도, 집도 없이 홀로 거리를 떠도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는 하담(정하담)이 묵직한 여행 가방을 싸매고서 끙끙거리며 끌고 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카메라는 계속 하담의 뒷모습을, 특히 여행 가방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여행 가방은 땅바닥에 마찰하며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낸다. 떼어낼 수 없는 인생의 짐처럼 하담의 뒤를 따라간다.

하담은 계속 밤거리를 헤맨다. 음식점에 몰래 들어가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을 훔치고, 잠시 머물 수 있는 빈집을 찾아 돌아다닌다. 마침내 비탈길 꼭대기의 폐가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이어 하담은 일거리를 구한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무 가게나 들어가 일자리를 달라고 요구한다.

일정한 주거지도, 신분증도 없는 그가 아르바이트를 얻기란 쉽지 않다. 설령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임금을 떼이기가 일쑤였다.

그는 우연히 탭댄스 학원을 지나치면서 탭댄스에 빠지게 된다. 일당을 안 주는 고용주와 악다구니하며 얻어낸 돈으로 탭슈즈를 산다.

하담은 낡아 떨어진 운동화 대신 탭슈즈로 갈아 신고는 탭댄스를 추며 걸어 다닌다. 탭슈즈가 땅에 부딪힐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난다. 여행 가방이 땅에 끌리는 소리가 바닥에 깔린다면 탭슈즈가 내는 소리는 땅 위로 퍼져 나간다.

영화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담의 정면 얼굴을 클로즈업하면서 끝난다.

‘스틸 플라워’는 이야기 구조가 잘 짜인 영화가 아니다. 감독이 사전에 정교하게 구축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대신 촬영을 진행하면서 캐릭터를 완성해나갔다고 한다.

배경 설명도 부족하다. 하담이 어쩌다 집을 나왔는지를 비롯해 하담에 대한 정보가 영화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 대사도 거의 없다.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첫 15분 동안은 한마디 대사도 없이 하담이 자신이 거처할 집을 찾는 과정만 나온다.

알 듯 모를 듯한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것은 하담으로 분한 배우 정하담의 연기다.

결국, 이 영화는 이야기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을 공감해야 하는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하담의 표정에 나타난 감정이 무엇이었는지를 느낄 수만 있다면 애써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알아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4월 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8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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