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간 매몰된 칠레 광부들의 기적적인 생환 그려

(연합뉴스)2010년 10월 13일 전 세계의 이목은 칠레 코피아포시 인근 산호세 광산에 집중됐다.

구조 현장에 등록된 내·외신 기자만 2000여 명. 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69일간 지하 700m 갱도에서 갇혀 있던 광부들이었다.

그해 8월 5일 수도 산티아고에서 북쪽으로 450㎞ 떨어진 이곳 광산에서 붕괴사고가 발생, 광부 33명이 갇혔던 것.

칠레 정부는 우여곡절 끝에 매몰 광부들이 머무는 곳까지 굴을 뚫어 지하에 있던 이들을 지상으로 데리고 올라올 구조캡슐 ‘불사조’를 내려보냈다.

당시 최초로 구조된 광부 플로렌시오 아발로스에서 마지막에 올라온 작업반장 루이스 우루수아까지 33명 전원이 ‘불사조’를 타고 지옥 같은 갱도에서 살아 돌아왔다.

영화 ‘33’은 생과 사가 넘나드는 캄캄한 지하 갱도 속에서도 ‘살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으로 기적의 드라마를 쓴 칠레 광부 33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광부들 중 리더 역할을 했던 마리오 세풀베다(안토니오 반데라스), 매몰 광부의 누이이자 광부 가족들을 이끌었던 마리아 세고비아(줄리엣 비노쉬), 구조 현장을 지휘했던 라우렌세 골보르네 칠레 광업부 장관(로드리고 산토르) 등 3명을 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를 통해 48시간마다 숟가락 2개 분량의 참치와 쿠키 반 조각, 우유 반 컵으로 버텨야 했던 매몰 광부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 지상에 남은 가족들이 느껴야 하는 슬픔과 그리움, 생존 가능성 2%에도 온갖 수단을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이는 정부의 노력을 전해준다.

실화 자체가 ‘기적의 드라마’인 탓인지 영화는 과장되지 않게 그 당시 있었던 일을 보여준다.

그러나 매몰된 광부들의 처절했던 지하 생활이 생생하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구조작업이 완료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화 작업이 진행됐으나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지금에서야 영화가 만들어진 점을 고려하면 영화가 왜 ‘감동’ 코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4월 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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