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묘순(편집국 기자 / 옥천지역 담당)

▲ 김묘순(편집국 기자 / 옥천지역 담당)

나무는 인연을 이어주거나 우리가 못다한 말들을 꺼내놓게도 한다.
사람들이 17회 옥천묘목축제장으로 모여들었다.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이 ‘나무를 사러 온다’며 옥천을 찾았다.
덤으로 수년 동안 잊고 있었던 혹은 잊지 않았지만 안부를 전하지 못했던 사람들과 만난다.
한 무리의 친척들이 옥천묘목축제장에 들러 나무를 사들고 우리 집으로 우루루 몰려왔다. 밤새도록 정담을 나누며 그간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이야기한다.
큰아들 군인시절 소대장도 나무를 사러 내려와 안부를 전한다.
참 반갑다. 이참에 서로 안부를 전하니 좋다. 나무가 이어준 정겨운 풍경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자연에서 주로 얻는다.
그러나 그 자연은 우리의 욕심에 의해 파괴되기도 한다.
이소진·최성훈·최수지 감독의 ‘나무’는 2008년 제작된 애니매이션이다.
이것은 나무가 많은 아름다운 마을에 한 소년이 피리를 불고 나타나며 전개된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신기한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 했다. 사람들에게 소년은 나무를 가리켜 알려준다. 이후 사람들은 나무를 뽑기 시작했고 마침내 자연은 한계를 드러냈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그러나 인간의 끝없는 욕심은 바닥을 드러내며 처참한 결말을 맞는다.
묘목축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적어도 이 애니매이션 같은 우를 범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나무도 사다 심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깊은 인정도 다진다.
축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름다웠다.
나무를 들고 산으로 들로 그것을 가꾸러 가는 손은 거룩해 보였다.
그들은 적어도 나를 위한 눈앞의 이익에 어둡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후대를 위해 자연을 가꾸는 옳은 손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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