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를 둘러싼 세 남녀의 우정 그리고 사랑

(연합뉴스)현재의 우리에게 생소한 1930년대는 대중가요의 전성기였다.

일제로부터 음반과 대중가요가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신민요, 만요(漫謠), 트로트 등 대중가요가 생겨나 1930년대에 이르러 ‘레코드의 황금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당시 대중가요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노래가 나라 잃은 식민지 백성의 설움을 달래줬기 때문이다.

영화 ‘해어화’는 태평양 전쟁의 발발로 이 같은 대중가요가 일제의 탄압을 받던 1943년을 배경으로 세 남녀의 우정과 사랑, 질투와 갈등을 다루고 있다.

소율(한효주)은 경성의 마지막 기생학교인 ‘대성권번’의 최고 예인이다. 명창의 딸인 소율은 우리나라의 전통 가곡인 정가(正歌)의 명인이다.

연희(천우희)는 어린 시절 대성권번에 팔려 온 불우한 가정의 자식이지만 소율 못지않은 예인으로 성장했다.

어릴 적부터 둘도 없는 동무 사이인 소율과 연희는 당시 유행하던 대중가요에 흠뻑 빠진다. 둘 사이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한 남자 때문. 기생의 아들이자 당대 최고의 작곡가 윤우(유연석)가 소율에게 사랑을 약속하며 그녀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윤우는 정가는 일부 고위층만 듣는 노래로 식민지 백성에게는 대중가요가 필요하다며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노래 ‘조선의 마음’을 작곡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우연히 연희가 대중가요를 부르는 것을 듣게 된 윤우는 마음이 연희에 기울게 된다.

그러면서 윤우와 소율, 연희간 사랑과 우정은 엇갈리고 세 남녀의 갈등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영화가 음악을 소재로 한 만큼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배역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닦아 온 노래와 연주실력이 스크린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한효주는 촬영 3개월 전부터 주 5일 정가와 가요를 익혔는데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연석은 영화 속에서 윤심덕의 ‘사의 찬미’와 우리나라의 대표 민요인 ‘아리랑’을 직접 연주한다.

특히 술집에서 일본군에게 저지당하면서까지 ‘아리랑’을 연주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천우희는 영화에 나오는 대중가요 대부분을 소화하고 ‘조선의 마음’의 가사 1절을 직접 작사하기도 했다.

영화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과 세 남녀의 관계를 적절히 엮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영화의 중심축인 삼각관계를 그릴 때 이야기 고리가 하나둘 빠진 느낌이 드는 점은 아쉽다.

‘해어화’는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는 의미로, 당나라 현종이 당대 최고 미녀인 양귀비를 칭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생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됐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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