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규상(편집국 부국장/충주지역 담당)

▲ 윤규상(편집국 부국장/충주지역 담당)

앞으로 4년간 국정을 다루고 지역발전을 위해 매진해야 할 국회의원 300명이 국민들로부터 선택됐다.
국회의원을 달리 이르는 말을 ‘선량(善良)’이라고 한다. ‘선량(善良)’의 사전적 의미는 ‘가려 뽑힌 뛰어난 인물’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한(漢)나라 때 지방 군수가 관리를 선발해 조정에 천거했는데, 이때 군수에 의해 선발된 사람을 가리킨다고 나와 있다.
당시 ‘선량’이란 현량방정(賢良方正·성품이 어질고 품행이 바름)하고 효렴(孝廉·품행이 효성스럽고 청렴해 주·군에서 관리 선발 응시자로 추천한 사람)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현대에 이르러 국회의원을 지칭하는 말로 굳어졌다.
돌려 말하면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 모두가 성품과 품행이 바르고 효성스럽다는 의미일 텐데,  그들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선뜻 이 말에 동의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들은 선거과정을 거치며 수많은 장밋빛 청사진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그것을 꼼꼼히 검증해본 유권자들은 과연 몇 명일지 의구심이 든다.
내손으로 직접 뽑아 놓고도 출마 후보가 지역주민을 위해 무슨 공약을 내세웠는지 잘 모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내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 무슨 센터를 유치하고, 다리를 놔주고, 무슨 사업을 벌이고, 무엇을 도와주겠다는 등 수많은 말들을 내뱉었지만 4년 뒤에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나온 말이 헛되이 하는 약속을 의미하는 ‘공약(空約)’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 때 마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비교하고 확인할 수 있는 정책공약알리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선택하는 유권자들은 별로 없다. 
시대가 변하고 국민들의 정치 의식 수준이 한참 높아졌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대다수 유권자들은 정치의식 보다 친소관계나 얼굴을 익히 알린 후보에게 표를 찍어주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비용을 되돌려주는 보전제도는 결국 우리가 낸 세금으로 전액 국가가 비용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선거를 치른 뒤 유효득표수의 15% 이상을 얻은 후보자는 당락에 관계없이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 내에서 100% 보전 받게 된다. 10% 이상 득표한 후보자의 경우에도 선거비용 50%를 지원해 준다.
20대 총선에 든 비용이 3270억원이라는 추산이다. 이번 선거의 경우에는 박빙 구도로 치러져 선거비용을 되돌려 받는 후보자가 늘어 보전금액이 약 1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급여는 연간 약 1억5000여만원이고,  사무실과 9명의 보좌진을 두게 된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에 국회에 쓰는 돈 등을 합한 국회 1년 예산은 약 4000억원이다. 올해 예산액은 약 4492억 원으로 추정된다.
연간 예산을 약 4000억원이라고 할 때 4년간 이들 국회의원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1조6000억원에다, 선거비용 보전 금액까지 합칠 경우 약 2조원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현재 국회의원 정수는 지역구 의원 246명과 비례대표 의원 54명 등 모두 300명이다. 이들이 4년 동안 쓰는 비용은 우리가 낸 세금 2조원으로 충당하게 된다.
헌법 1조 2항에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돼 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권력도 국민의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알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이제부터라도 이들 ‘선량’들을 머슴처럼 다루며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을 잘 이행하는 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낸 세금으로 ‘공짜’ 금배지를 달고 온갖 혜택을 다 받는 국회의원들이 정신 차리고 국민을 무서워하게 된다.
국민들은 4년간 국회의원들의 공약 이행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허투루 의정활동을 펼쳐 국민을 기만하는 의원이 있으면 견제와 감시활동을 통해 그들을 더욱 옥죄어야 한다.
그 다음 할 일은 4년 뒤 이들의 잘잘못을 투표로 심판하는 선거권 행사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집에 배달됐던 선거공보를 꼼꼼히 살펴본 다음 훗날 내가 뽑아준 ‘선량’을 우연히 만날 경우 면전에서 공약이 잘 이행되는지 당당히 따질 수 있어야 한다.
‘선량’을 머슴처럼 부리는 국민들의 주인의식이 빛날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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