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동료 딸을 죽인 용의자를 추적하는데…

(연합뉴스)13년 전 동료의 딸을 죽인 용의자가 포착됐다. 예전에 수사진이 다시 뭉쳤다. 드디어 정의가 실현될 것인가 아니면 예전처럼 용의자는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되나.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는 미제 살인사건의 범인을 끈질기게 추적해 붙잡는 과정에서 사건 관련자들의 비밀이 드러나는 내용의 영화다.

전직 FBI 요원이었던 레이(치웨텔 에지오프)는 과거 동료였던 경찰 제스(줄리아 로버츠)의 딸을 성폭행한 뒤 죽인 범인의 흔적을 발견했다.

정부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얻은 재소자 사진을 매일같이 들여다보며 과거 범인 얼굴과 대조해보다가 범인과 닮은 이를 찾아낸 것.

13년 전 레이와 제스는 미국 로스앤젤러스(LA)지방검찰청 산하 대테러 태스크포스에서 같이 근무했다.

테러리스트들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이슬람사원을 감시하던 중 사원 근처에서 변사체가 발견된다.

이들이 현장에 출동해보니 죽은 이는 제스의 외동딸이었다. 레이는 차장 검사인 클레어(니콜 키드먼)와 함께 유력한 용의자를 검거하지만 그 용의자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알고 보니 그 용의자는 테러조직의 정보를 제공해주던 정보원으로 상부의 관리를 받고 있던 자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FBI를 떠난 레이는 민간 경호업무를 하면서도 이 미제사건의 범인을 계속 추적해왔다.

13년 후 레이는 이제 검사장이 된 클레어에게 사건 수사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하고서 예전에 같이 수사했던 경찰 범피(딘 노리스)와 함께 자신이 찾은 실마리를 바탕으로 범인을 쫓는다.

천신만고 끝에 다시 용의자를 붙잡았으나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선다. 감춰진 비밀이 밝혀진 것.

영화는 이야기의 짜임새, 인물들 간의 관계 설정, 거듭된 반전, 배우들의 연기 등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다.

탄탄한 원작을 훌륭한 이야기꾼이 미국 상황에 맞게 각색했다. 원작은 1970년대 아르헨티나의 군사독재 시절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에두아르도 사체리의 장편소설 ‘그들의 눈빛 속엔 비밀이 있다’이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2009년 제작된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는 제82회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캡틴 필립스’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던 빌리 레이는 원작을 각색·연출하면서 사건의 배경을 9.11 테러 이후 공포와 광기에 빠진 2002년 초 미국 LA로 옮겼다.

경찰의 딸을 죽인 용의자의 수사를 상부에서는 왜 꺼렸는지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이 된다.

영화는 또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며 사건의 진행과정을 조금씩 조금씩 드러내 끝까지 관객들을 긴장케 한다. 마지막의 거듭된 반전은 압권이다.

‘노예 12년’에서 주인공 솔로몬 노섭 역을 맡았던 치웨텔 에지오프는 이번 영화에서 레이로 분해 13년간 쉼 없이 범인을 쫓는 집념과 감춰진 진실을 알았을 때의 회한을 사실감 있게 표현한다.

줄리아 로버츠와 니콜 키드먼도 여전한 관록의 연기를 보여준다.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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