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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태양 아래’-한편의 거대한 세트장 평양
새영화 ‘태양 아래’-한편의 거대한 세트장 평양
  • 연합뉴스
  • 승인 2016.04.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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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의 통제되고 조작된 일상을 담은 다큐

(연합뉴스)모든 것이 통제되고 조작됐다. 유일한 사실은 사람은 진짜 사람이라는 것뿐이다.

러시아 출신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가 보여주는 북한의 실상이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영화는 8살 소녀 진미가 조선소년단에 가입해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진미의 부모가 하는 일도 소개하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북한 당국이 ‘연출’한 장면이라는 점이다.

진미는 촬영 전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직업은 기자, 어머니는 음식점 종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아버지는 봉제공장 기술자로, 어머니는 콩우유 공장 노동자로 둔갑한다.

진미네 가족이 사는, 주체사상탑이 내려다보이는 평양의 신식 아파트도 가짜였다. 부엌 찬장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공장으로 출근하는 노동자, 학교로 가는 학생들의 행렬 모두 연출됐다. 실제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공장과 학교 내 기숙사에서 거주했다. 출근, 등교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평양 주민들이 동원된 것이다.

영화는 진미와 그 부모, 등장인물들의 연기를 지시하는 북한 측 인사를 화면에 등장시킴으로써 이 다큐멘터리가 거대한 사기극임을 보여준다.

만스키 감독은 카메라를 촬영 전후 몰래 켜놓는 방식으로 북한 당국의 연출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가 보여준 북한의 모습은 할리우드 극영화 ‘트루먼쇼’를 연상케 한다. ‘트루먼쇼’는 자신이 실제가 아닌 조작된 세계에서 시청자들의 구경거리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스튜디오를 뛰쳐나오는 트루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태양 아래’의 마지막 장면에서 진미는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린다. 감독에 따르면 당시 장면을 촬영했을 때 북한 측 인사는 현장에 없었다.

우는 진미를 달래려고 러시아 측 통역이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하지만 진미는 묵묵부답이었다.

통역이 그럼 시를 외워보라고 하니 진미는 “나는 위대한 김일성 대원수께서 세워주시고…”라는 내용의 김일성 주석 3대를 찬양하는 시를 줄줄 외운다.

만스키 감독이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인간에 대한 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1963년생인 감독은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 태어나 이 영화의 진미처럼 ‘소년단’에 가입해 행군에 참여하거나 레닌에 대한 노래를 부른 적도 있었다고 한다.

만스키 감독은 26일 영화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년단에 가입한 적이 있는 저에게 소련 시대의 종말은 행운이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 아이들의 삶을 봤을 때 깊은 연민과 슬픔 외에 느낄 수 있는 것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영화를 찍은 것은 북한에 살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이 얼마나 큰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를 알게 하기 위함“이라며 “이 영화를 보고 이런 사실을 알고 이해한다면 영화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양 아래’는 지난해 에스토니아 탈린 블랙나이츠 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면서 러시아와 북한 양국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았다. 영화제가 아닌 극장에서의 상업 개봉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다.

27일 개봉. 전체 관람가. 9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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