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종호 문학평론가, 신경림 시인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시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들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이것이 좋은 시를 쓰는 기본적인 훈련이 될 것입니다.”

지난 26일 ‘지용신인문학상’ 심사를 위해 동양일보를 방문한 유종호(81·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문학평론가와 신경림(81·동국대 석좌교수) 시인이 시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한국 문학평론의 원로 유종호씨와 원로 시인 신경림씨는 1995년 지용신인문학상 제정 첫 회부터 올해까지 줄곧 이 상의 심사를 맡아왔다. 이들은 이날 심사를 마친 뒤 그동안의 소회와 한국의 시인 지망생들이 지향해야 할 점 등에 대해 들려줬다.

유 평론가는 “지용신인문학상을 22년째 심사한 결과 작품 수준이 점점 향상되는 것 같아 기쁘다”며 “그러나 너무 엄숙한 주제를 다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는 백 마디를 열 마디로, 열 마디를 한마디로 줄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러지 못한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며 “난해한 제목이나 내용을 가진 시들도 간혹 보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 시인은 “시는 함축성을 가져야 한다”며 “간혹 설명이 너무 긴 작품들이 있어 산문과 구별이 안 가 아쉬웠다”고 유 평론가와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신 시인은 이내 문단의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당선작 이외에도 참신하고 좋은 작품 서 너 편이 눈길을 끌었다”며 “문단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에서 366명이 총 2272편을 접수해 지난해보다 157%가 증가했다.

지역별 분포는 서울·경기가 41%로 가장 높았고 충청·세종·대전이 20%, 경상남·북도 9%, 인천 5%, 대구 5%, 전라남·북도 5%, 강원 4%, 부산 4%, 광주 3%, 기타지역이 4% 등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평론가는 “22회를 맞은 이번 지용신인문학상은 지난회보다 응모작들이 더 많았고 참가자들의 연령, 지역, 세대가 더 다양해졌다”며 “이로써 우리 시의 지평이 더욱 견고해 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유 평론가는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많이 읽어야 한다”며 “좋은 시들을 많이 읽고 시를 쓴 뒤에는 서로 나눠보면서 평해 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또 “시를 평가받는 것은 쓰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스스로를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동인이나 문학적인 분위기 속에서 서로 나눠보며 비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 시인은 후배 문인들에게 “너무 무거운 소재를 선택하면 소재에 짓눌려 좋은 작품을 쓸 수 없다”며 “우리 생활 주변에서 소재를 찾아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지용신인문학상은 동양일보가 충북 옥천이 낳은 한국시문학사의 우뚝한 봉우리 정지용(鄭芝溶·1902~1950)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 문단을 이끌어갈 역량있는 시인 발굴을 위해 제정한 상이다. 옥천군이 후원하는 지용신인문학상은 명실 공히 한국시단에 주목받는 신인 등용문으로 자리매김 했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5월 13일 오전 11시 29회 지용제 행사의 하나로 옥천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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