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왕국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판타지

(새영화)동화를 보고 싶은 어른이 있다면 이 영화 한 편이면 충분할 것이다. 동화의 정수가 모두 담겨 있다.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두 번이나 받은 유럽의 거장 마테오 가로네 감독이 새롭게 선보인 ‘테일 오브 테일즈’는 세 왕국의 서로 다른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이다.

아이를 갖지 못해 괴로워하는 여왕에게 어느 날 예언자가 찾아와 처녀가 요리한 바다 괴물의 심장을 먹으면 임신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바다 괴물을 처치하는 과정에서 왕은 죽지만 결국 여왕은 괴물의 심장을 먹게 된다. 그러자 예언가의 말대로 여왕은 아이가 생기고 하루 만에 출산한다. 문제는 그 괴물의 심장을 요리한 처녀 역시 임신한 것. 여왕과 처녀가 낳은 아이들은 쌍둥이처럼 닮았다.여왕은 힘들게 얻은 아들이 천한 집안의 자식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둘을 갈라 놓으려 한다.

또 다른 왕국의 왕은 여색을 밝히는 난봉꾼이다. 어느 날 성 밖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반해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간다. 문을 사이에 두고 왕은 그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나 여성은 머뭇거린다. 앳된 목소리와 달리 노파였기 때문이다.

왕의 끈질긴 구애 끝에 노파는 불을 끄는 조건으로 왕과 동침하게 되지만 다음날 아침 곧 정체가 드러난다.

왕은 자기를 홀린 마녀라고 생각하고는 노파를 침실 창밖으로 내던진다. 그러나 노파는 기적적으로 살아나고 더 놀라운 일을 겪게 된다.

세 번째 왕국의 왕은 부인을 잃고 외동딸을 애지중지 키우며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공주만큼이나 애정을 갖게 된 존재가 생겼다. 벼룩이다. 잘 먹을수록 덩치가 커지는 특이한 벼룩이다.

왕은 자신이 키운 벼룩이 죽자 벼룩의 존재를 아무도 알지 못하리라 생각하고는 결혼을 원하는 공주에게 짓궂은 장난을 친다.

벼룩의 가죽을 벗겨 걸어놓고서 이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맞히는 사람에게 공주를 시집보내겠다고.

예상치 못하게 우락부락한 거인이 정답을 맞혔고, 공주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 거인과 함께 동굴에서 신혼생활을 하게 된다.

영화가 들려주는 세 이야기 모두 어디에선가 들어봄 직한 이야기들이다. 세상 모든 동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펜타메로네’에 나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펜타메로네’는 이탈리아 작가 잠바티스타 바실레가 17세기에 구전돼 오던 민담들을 50개의 이야기로 정리한 작품이다. ‘신데렐라’, ‘헨델과 그레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 동화는 ‘펜타메로네’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영화는 내용상 서로 관련 없는 세 이야기를 욕망과 집착, 호기심, 그리고 그에 따른 대가라는 주제로 꿰어 이야기 짜임의 완결성을 높였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공주의 여왕 즉위식을 맞아 광대가 긴 막대로 균형을 잡고 외줄타기 하는 장면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원하는 것을 얻게 되면 그에 따른 희생을 치러야 삶의 균형이 이뤄지는 법이다.

5월 1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1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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