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진 괴산군선관위 사무과장

 

(동양일보)민주주의 제도에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公理主義)의 원칙을 최적화한 제도가 선거제일 것이다. 현대인이 집단 내에서 다수결이라는 말보다 ‘선거’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대한민국에서 ‘선거’라는 제도를 도입한 지가 얼마나 된 것일까. 1세기 정도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보통선거를 최초로 실시한 것이 1948년 5월 10일임을 상기해보면 70년의 역사도 채 되지 않았음을 알 수가 있다.

이 때 치러진 선거를 ‘5.10 총선거’라고 역사적으로 칭하고 있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열강의 냉전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된 풍전등화 같은 시기에 소련과 북한의 UN 남북총선거 결의 반대로 정부수립을 위해 남한에서 단독으로 치러진 선거였다.

민족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북한까지 포괄한 남북 총선거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반쪽만의 선거이자 분단의 국제적 용인을 초래한 불행한 선거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 측면에서는 ‘5.10 총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들로 제헌국회가 구성되었고, 그 국회에 의해 헌법이 제정되고, 제정된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었기에 5월 10일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출발점이 되는 중요한 날이기도 하다. ‘5.10 총선거’는 특정 연령 이상이면 국민 누구에게나 투표권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우리는 선거권이 당연하게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외국의 사례를 보면 선거권은 목숨을 건 오랜 투쟁 끝에 얻어낼 수 있었던 소중한 권리였다.

프랑스는 부자나 귀족 같은 소수에게만 주어졌던 선거권을 1848년 프랑스혁명에서 목숨을 건 투쟁 끝에 쟁취했고, 영국은 1913년 여성참정권 운동가인 ‘에밀리 다이비슨’이 “여성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외치며 달리는 경주마에 뛰어들은 사건이 발생한 후 15년이 지난 1928년에 여성들이 선거권을 가지게 되었다.

흑인대통령을 선출한 미국도 1965년 마틴 루터 킹 목사와 600여명이 유혈사태를 벌인 결과 1965년 8월에 흑인투표권 법안이 통과됐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혹독한 과정 없이 1948년에 모든 국민이 쉽게 선거권을 가지게 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선거권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최근의 투표율을 보면 2012년 18대 국회의원선거는 54.2%, 2014년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56.8%, 2016년 20대 국회의원선거는 58.0%를 기록했다. 다행히도 투표율이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지만 상당수의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들이 선거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5.10 총선거’의 역사적 의미를 담아서 5월 10일을 ‘유권자의 날’로 제정하였고, 유권자의 날부터 1주일을 ‘유권자 주간’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들면 스웨덴은 ‘알메달렌 정치주간(Almedalen Week)‘, 영국은 ’민주정치주간 기념행사(Democracy Week)‘라는 이름으로 특정기간을 정하여 유권자의 선거참여 의미를 기념하는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유권자의 날’인 5월 10일을 맞아 낮은 투표율로 대의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많은 국민들이 물과 공기처럼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거권의 소중한 가치를 무게감 있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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