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 오베, 이웃 만나며 삶을 되돌아보는데

(연합뉴스)오베(롤프 라스가드)는 고집불통에 까칠한 59세 중년 남성이다. 오베의 일상은 한결같다. 규칙적이며 지나칠 정도로 원리원칙을 고수한다. 그는 자신이 마을의 주민 대표일 때 만들어 놓은 규율을 내지인이나 타지인이 위반할 때마다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오베는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던 사랑스러운 아내 소냐(이다 엥볼)가 반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 빈자리를 견디기 힘겨워한다.

설상가상으로 예순을 바라보는 그가 평생을 바친 회사는 매몰차게 정리해고를 통보한다.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 오베는 아내의 곁으로 가려고 여러차례 자살을 결행하지만, 그때마다 이웃들이 기막힌 타이밍에 이를 방해한다.

마을로 새로 이사 온 이란 출신의 이민자 파르바네(바하르 파르스) 가족과 자꾸 부대끼면서 틀에 얽매여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오베의 삶도 변하기 시작한다.

오베는 파르바네 덕분에 혼자였다면 인연을 맺지 않았을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이 안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오베라는 남자’는 한 노인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이웃들과 부딪히며 인생의 의미와 존엄을 되찾아 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다.

스웨덴의 프레드릭 배크만을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 작가로 발돋움하게 해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극 중 오베는 인생 최고의 순간에 최악의 순간을 맞으며 좌절한다. 그러나 또 반대로 그는 인생 최악의 순간 인생 최고의 이웃들을 만나게 된다.

이런 설정은 영화에 등장하는 오베의 대사처럼 ‘사는 게 이런 것이구나’라고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오베라는 남자’는 복지강국 스웨덴을 배경으로 했다. 이 영화를 연출한 하네스 홀름 감독은 정부의 촘촘한 복지정책이 진정한 복지와 행복의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따듯한 관심과 시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영화를 보다 보면 깨닫게 된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파르바네의 대사처럼.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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