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연합뉴스)80세 신구부터 65세 고두심까지

노희경 작가 필력 만나 ‘시너지’

노년의 삶과 우정 섬세하게 그려

1회 5.1%·2회 4.3% 인기몰이

“요즘 누가 꼰대들 이야기를 돈 내고 읽어. 지들 부모 얘기도 관심 없어.”

‘37세 청춘’ 박완(고현정 분)이 엄마(고두심)에게 내지른 독설이다.

그런데 웬걸, 시청률이 상당히 높게 나왔다. 13일 1회 5.1%, 14일 2회 4.3%다.

tvN 금토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쟁쟁한 노년 배우들을 앞세워 요란하게 신고식을 했다.

심지어 펄펄 뛴다. 관절이 아프거나 숨이 차서 그냥 앉은 채 “내가 옛날에는 말이지~”라며 하품 나는 레퍼토리를 읊조리는 게 아니라, 2016년 오늘의 이야기가 생생하다.

극중에서도 63세부터 86세까지 치매가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고, 실제로도 65세부터 80세까지 골다공증이 심각할 나이의 배우들이 전면에 포진해있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요강 그릇을 깨뜨릴 정도다.

● 그들이 사는 역동적인 세상… ‘꼰대’의 인생찬가

‘디어 마이 프렌즈’는 ‘꼰대’라면 치를 떠는 청춘들과 그 ‘꼰대’들의 발랄한 우정과 유쾌한 인생찬가를 그린다.

신구(80), 김영옥(79), 나문희(75), 김혜자(75), 주현(73), 윤여정(69), 박원숙(67), 고두심(65)이 주연이다. 이들을 수발하는 막내는 ‘천하의’ 고현정으로 ‘불과’ 45세다.

60~70대가 주축이지만 드라마는 역동적이다. 귀도 안 들리고, 주의도 산만하며, 치매도 오고, “밑이 헐거워” 아무 데서나 빨리 용변을 봐야 하는 노인들의 이야기지만 이들이 사는 세상은 청춘 못지않게 부산하다.

72세 ‘4차원 독거소녀’ 조희자(김혜자 분)가 망상성 치매기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오늘 죽으나 내일 죽으나 똑같지 뭐”라며 호기롭게 고층빌딩 옥상에 올라가 투신하려다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내려오는 게, 고령화 시대 드라마만의 일일까.

스크루지가 형님이라 부를 구두쇠에 못된 마초인 남편(신구)과 자신을 시급 1만 원의 가사도우미로 돌아가면서 부려 먹는 이기적인 세 딸에 치여 살면서도 초긍정적인 72세의 문정아(나문희)를 버티게 하는 힘은 세계 일주의 꿈이다.

남자에게 처절하게 배신당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이 악물고 지금까지 버텨온 63세의 장난희(고두심)와 이영원(박원숙), 눈치도 없이 후배들과 어울리며 ‘마음은 청춘’을 외치는 65세 처녀 오충남(윤여정), 고생고생하며 살아온 86세의 촌부 오쌍분(김영옥)의 하루하루는 여전히 팔팔하다.

● 그래, 바로 이맛이야…섬세하고 치열하며 따뜻한 노희경의 글

창작의 샘물이 마르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노희경 작가가 2013년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그 겨울 바람이 분다’) 하자 충격과 실망을 느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우리가 알던 노희경의 귀환을 알리는 작품 같아 더욱 반갑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를 외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시골 초등학교 동문이라는 질기고 진한 인연을 맺은 이들 노인이 여전히 함께 어울려 오늘을 지지고 볶는 이야기를 그린 ‘디어 마이 프렌즈’는 치열하게 살아있고, 섬세하고, 따뜻하다.

한동안 내로라하는 청춘스타들과 작업했던 노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황혼 찬가를 오래전부터 구상했지만 어른들 이야기는 하지 않는 시대, 젊은 한류스타가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오면서 그 바뀐 판도에 따라가느라 ‘디어 마이 프렌즈’ 같은 드라마를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젊은) 우리가 치열하게 산다고 하는 건 치열한 것도 아니다. (노년은) 생로병사 중 로병사를 경험하다 보니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시기다. 죽거나, 아프거나, 아니면 의지가 꺾이는 시기”라며 “그 치열함만으로도 이야기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초등학교 동문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참석자가 줄어든다. 청춘 박완의 눈에는 성질 못됐던 아저씨도, 같은 얘기를 백번도 넘게 하고는 했던 아줌마도 어느새 죽었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 간 사람은 간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이다. 주인공들에게는 누가 죽었다고 슬퍼할 겨를도 없다. 내 기억력이 퇴화하고, 내 무릎이 시린 것을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내 남은 시간을 어찌 보낼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다만 한가지, 제목처럼 ‘프렌즈’와 하루가 멀다 하고 어울릴 수 있는 인생은 축복이고, 그게 이 드라마의 판타지이자 ‘짱짱’한 동력이다.

박완은 “노인과 어른은 엄연히 달라”라고 하지만 노인에게도, 어른에게도 친구는 필요하다. ‘그’가 아니라 ‘그들’이 사는 이 드라마의 세상이 재미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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