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소녀들의 우정과 갈등 섬세하게 표현

(연합뉴스)신예 감독의 주목할 만한 영화가 나왔다.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해외 영화제가 왜 이 영화에 관심을 뒀는지 이해할 만한 영화다.

윤가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리들’은 11살 소녀들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 영화다.

학교에서 외톨이인 선(최수인)이는 방학식 날 청소를 마치고 교실에 혼자 남아 있다가 전학생 지아(설혜인)를 만난다.

분식집을 하는 엄마, 공장일로 바쁜 아빠, 어린 동생과 허름한 연립주택에서 사는 선, 부유하지만 부모가 이혼해 할머니 집에 얹혀 사는 지아.

아직 경제적 격차를 인식하지 못할 나이대인 이들은 털실로 만든 팔찌를 나눠 끼고 같이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면서 급속도로 친해진다. 단, 지아가 학원에 다니게 돼 보라(이서연)를 만나기까지의 일이다.

보라는 반에서 인기도, 성적도 1등인 아이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선이를 따돌림 시킨다는 점.

보라와 가까워진 지아는 개학하자 둘도 없이 친했던 선이와 거리를 두다 급기야 선이 따돌림에 동참한다.

선과 지아는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언행을 주고받는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둘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우리들’은 여러 장점이 있는 영화다. 우선 아이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좋아했던 감정이 어느 순간 격렬한 미움으로 돌변하는지, 질투라는 감정에 인간이 얼마나 약한지, 따돌림의 피해자가 어쩌다가 가해자들의 편에 서게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층위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영화는 선과 악,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의 구도에 빠지지 않는다. 극중에서 ‘왕따’ 행위를 주동한 보라조차 쉽게 미워할 수가 없다.

인물의 표현에 진부함 대신 진정성이 있는 것은 영화가 감독 자신의 삶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세 아이 이외의 주변 인물들, 선의 엄마, 아빠, 동생, 보라 할머니, 학교 선생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캐릭터마다 사연과 역할을 잘 부여했다.

‘우리들’은 올초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경쟁 부문과 최우수 장편 데뷔작 부문에 초청된 것을 비롯해 모두 8개 영화제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해외 영화제가 주목한 수작 ‘우리들’을 조만간 국내 영화팬도 극장에서 볼 수 있다.

16일 개봉. 전체 관람가. 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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