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중 가장 흔하면서도 위험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의 유형을 암세포 유전자 종류에 따라 11개 유형으로 구분, 진단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개인별 암세포 유형에 따라 정밀한 맞춤형 치료를 하고 나아가 부작용은 줄이되 약효는 더욱 높인 약물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의학 전문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영국 '웰컴 트러스트 생어 연구소'(WTSI)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팀이 AML 유전자 유형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르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AML 환자 1540명의 혈액과 골수 표본을 조사해 이 질병과 관련 있는 유전자(DNA)가 111종임을 확정하고, 질병 예후에 영향을 주는 DNA 변이 5천234종을 발견했다.

환자 97%는 최소한 한 가지, 86%는 2개 이상의 DNA 변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DNA 변이 종류에 따라 AML 주 치료법인 화학(약물)요법과 줄기세포 이식요법에 반응을 보이는 양상이 달랐는데 연구팀은 이를 11개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즉, 11개의 DNA 유형별로 질병진행이나 치료효과가 다른 점을 확인하고 이를 이용해 AML 환자를 유형별로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땐 2명이 똑같은 종류의 백혈병을 앓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전자 차원에선 아주 다른 질병을 앓는 셈"이라며 "이런 DNA 유형 차이는 특정 치료법이 어떤 환자에겐 잘 듣지만 다른 사람에겐 효과가 없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는 환자를 매우 고통스럽게 하면서도 사실상 효과가 없거나 떨어지는 화학요법 등을 불필요하게 일괄 적용하는 대신에 개인별 암 유형을 정확히 파악,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식을 택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을 이끈 피터 캠벨 교수는 현재 이 진단에 필요한 장비가 지금은 영국 내 극소수 의료기관에만 있으나 곧 많은 곳에 보급될 것이라면서 약 250 파운드(약 41만원)로 예상되는 진단비용도 대중화되면서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AML은 혈액암 중에서도 가장 빨리 병세가 진행되고 공격적인 암으로 대부분 처음엔 화학요법이 잘 듣지만 재발률이 매우 높고 5년 생존률이 20% 밖에 안된다.

특정 암 유전자 유형 등에 관한 연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이 연구결과는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최신호에 게재됐다.

생어 연구소는 현재 AML 외에 다른 암들의 유전형 탐색 등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연구소는 앞서 지난달 한국 한양대팀 등 12개국 48개팀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유방암 환자 500여명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 유방암 발생과 관련된 유전자 93개와 유전자 변이 1628개를 발견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바탕한 진단법도 올해 말까지 나올 것으로 생어 연구소는 예상했다.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주도한 것으로 유명한 WTSI는 세계 최대의 유전체 연구기관으로 노벨상을 2차례 수상한 '유전자의 아버지' 프레드릭 생어를 기리고 유전자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기부단체인 웰컴트러스트와 영국 정부가 공동 출연해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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