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배우 손예진과 김주혁이 영화에서 또 부부로 만났다. 이번에도 둘의 관계는 정상과 거리가 멀다. 게다가 둘 사이 말 못할 비밀도 있다.

‘미쓰 홍당무’(2008)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의 신작 ‘비밀은 없다’는 국회 입성을 노리는 신예 정치인의 딸이 선거를 보름 앞두고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손예진은 사라진 딸의 행방을 찾으려고 애를 쓰는 연홍 역을, 김주혁은 딸의 실종에도 선거운동을 강행하는 아나운서 출신 정치인 종찬 역을 맡았다.

둘은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내용을 담은 ‘아내가 결혼했다’(2008)에서 부부로 출연한 바 있다.

8년 만에 또 부부로 만난 둘의 관계는 심상치 않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정치인 부부로 그려지나 결국은 파국을 맞이한다.

둘간 갈등은 딸의 실종에서 비롯됐다. 선거운동 첫날 딸 민진(신지훈)이 친구 자혜를 만나러 집을 나가고서 돌아오지 않는다.

연홍은 딸이 걱정되나 종찬은 조금 다른 입장이다. 딸의 실종 사실이 알려지면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걱정한다.

종찬은 해당 지역구에서 내리 4선을 한 같은 당의 노재순 의원을 제치고 새롭게 공천을 받은 인물. 노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종찬과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안전한 귀갓길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건 종찬에게 딸의 실종은 노회한 노 의원이 활용하기 좋은 공격거리가 될 수 있다.

결국 연홍의 실종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나서지만 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게다가 딸이 만나러 갔다는 자혜라는 친구는 가공의 인물임이 밝혀진다.

딸의 실종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연홍은 점차 이성을 잃어간다. 결국 딸이 남긴 단서를 뒤쫓다가 자신이 알지 못했던 딸에 관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비밀은 없다’는 연홍이 딸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감춰진 진실의 조각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그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극의 반전이 이어지는 영화다.

여기서 끝나는구나 싶은 순간에도 계속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마지막까지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난다.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편집이 시간 순으로 되지 않은 탓에 관객들이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이 버겁다는 단점이 있지만 반전에 따른 스릴러의 묘미가 살아있다.

딸 찾기에 집착하면서 피폐해져 가는 연홍을 표현한 손예진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아방가르드 록 듀오 무키무키만만수의 노래를 연상케하는 곡이 삽입돼 영화의 신비스런 분위기를 더해준다.

실제로 무키무키만만수의 무키가 이 노래에 직접 참여했고, 극중 민진이 친구와 함께 공연하는 장면은 이들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이경미 감독은 전했다.

23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102분.